한뼘소설
당근♪♪
영선은 경쾌한 당근 알람음에 저절로 귀가 반응했다.
당근러 5개월 차인 그녀는 요즘 당근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녀에게 '당근하다'는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의미 이상이었다.
코로나로 세상은 예상보다 일찍 비대면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고 그녀는 왠지 그게 좋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아직 디지털 세상이 뜨거운지 아니면 차가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얼른 휴대폰을 들어 알람을 확인했다.
무료 나눔 합니다.
소형견 전용 하우스
구입한 지 3개월 정도 지난 상품입니다.
저희 아이가 집보다 제 침대를 더 좋아해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깨끗합니다.
아이를 보낸 지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처음 이별이라 다른 아이와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네요.
아이 물건들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나와 정리 중인데 하우스는 새 것이라 무료 나눔 합니다.
사정을 미리 밝히니 괜찮은 분만 연락 주세요.
영선은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초롱이를 보았다.
요즘 초롱이는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들어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깨어 있을 때도 눈곱이 많이 껴 앞이 제대로 보일까 싶었다. 백내장에도 걸렸다.
너무 노쇠해 수술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오랜 시간을 초롱이와 함께 보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롱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줄어들었다.
동물병원에서도 조금씩 마음의 정리를 해두라고 조언했다.
말은 쉬웠지만 마음은 어려웠다.
한동안 고민하다 채팅창에 메시지를 남겼다.
'신청한 분이 없다면 제가 받고 싶습니다. 저희 초롱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요. 사실 초롱이도 나이가 많아서 얼마나 사용하게 될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초롱이에게 편안한 집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실례가 안된다면 초롱이 견종과 나이를 물어봐도 될까요?"
"네? 말티즈에요. 저랑 함께 산 지가 벌써 13년이 넘었으니 사람 나이로 일흔은 족히 되었을 거예요."
"이제 조금씩 이별을 염두해 두실 때가 되었네요. 궁금한 것 있으시면 물어보셔도 됩니다."
"네, 사실 전용 하우스보다 그게 더 궁금했습니다. 전 아직 초롱이와의 이별을 상상도 안 해봤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우리 아이는 시츄였어요. 그런데…."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채팅을 나눴다.
영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몰랐기에,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더욱 몰랐다.
상대방은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영선이 무료로 받은 건 소형견 전용 하우스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초롱이와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
얼굴도 모르는 영선에게 상대는 자신의 아픈 경험, 말하고 싶지 않을 경험을 나눠주었다.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상대방은 끝까지 거절했다.
그 대신,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눔 해달라는 당부뿐이었다.
영선은 아직 디지털 세상이 뜨거운지 아니면 차가운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알았다. 디지털 세상의 온도를 결정하는 것 또한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