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읽는 그림책> 함께 (루크 아담 호커)
한동안 <한뼘소설>에 빠져 <세 번 읽는 그림책>에 소홀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함께>라는 그림책을 소개해 볼까 한다.
처음 이 책을 보고 놀란 건 초판 발행일이 2021년 5월 1일이라는 것이었다.
오지 않은 미래, 아내가 어떻게 이 책을 사 온 걸까 궁금했다.
아내는 OO문고에 아이들 문제집을 사러 갔다 막 포장 벗기는 걸 우연히 보았다고 했다.
마법처럼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림도 내용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때가 4월 초였다. 그렇다면 아내는 시간 여행자? 시간 여행자의 아내?
아니면 이 작품이 미래를 내다보는 그런….
<함께>는 삽화가 모두 '펜 일러스트'로 그려진 작품이다.
펜 일러스트레이터로 꽤 유명한 '루크 아담 호커'라는 작가분의 작품인데 솔직히 내겐 생소했다.
작가가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이 작품은 그림도, 내용도 두 말할 것도 없이 좋았지만,
사실 내 관심을 이끈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아내가 그리고 써서 만든(들) 그림책 <제주를 그리다>와 느낌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크릴과 분채로 그린 제주 그림에 글을 입혀 여행이 어려워진 시대에
제주를 그리는(drawing과 missing) 마음을 담아 그림책(더미북)을 만들었다.
작품 말미에 코로나 이후 우리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루크 아담 호커도 작품 말미에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그림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함께>와 <제주를 그리다>는 많이 달랐지만,
마지막 질문 때문에 두 작품이 매우 비슷하게 느껴졌다.
코로나 이후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함께>는 폭풍(코로나)이 빼앗아간 일상과 그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폭풍 이후에 대해
소란스럽지 않게 귀에 대고 속삭이듯 이야기한다.
서사가 있는 작품이기보다는 때론 시 같은 글에, 때로는 그림만으로도 눈길 가는 작품이다.
마치 전시회 관람하듯이 마음 가는 대로, 눈 가는 대로 읽어도 그만이다.
주인공(화자가 아닌) 할아버지와 (아마도) 늙은 개의 동행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생각할 생각마저 할 틈 없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폭풍이 몰려오고 일상이 멈춘다.
익숙함이 떠난 자리에 낯섦이 찾아오고, 그 낯섦이 익숙함이 되었다.
두려움은 다른 이의 두려움을 잊게 하고, 모두가 길을 잃는다.
누구도 그런 폭풍은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려움에 떠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이가 나타나고, 그들이 폭풍과 맞서 싸워준 덕분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도 품게 된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깨닫고, 한숨과 고통을 각자의 방식으로 공유한다.
인간은 멈추었지만 태양은 매일 뜨고 지고, 계절은 순환하며 나무는 더욱 깊게 뿌리를 내렸다.
인간이 물러선 만큼 자연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작품 말미는 작가의 바람과 질문으로 끝난다.
폭풍이 잦아들고 헤어졌던 이들이 다시 만난다.
그리고 묻는다. 다시 폭풍이 온다면 우리가 다르게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
루크 아담 호커는 런던을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다.
영국은 얼마 전까지 코로나 확진자 수로 Top 5 국가였는데 Top 7로 두 단계가 밀려났다.
프랑스와 터키가 영국을 추월했다.
영국은 백신 덕분에 코로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래도 일 확진자수는 2천 명을 넘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세계 코로나 모래시계의 모래는 더 빨리 떨어지고 있다.
인도는 일 확진자수가 30만 명에 육박한다. 브라질도 그에 못 미치지만 5~6만 명 꾸준히 나온다.
우리나라도 4차 유행을 우려하고 있다. (일 확진자 7~800명 수준이다)
한 달 사이에 코로나 감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여 명 정도 증가해 1,800명을 넘었다.
날씨가 풀리면서 관광지(지난 주말 제주에 몰린 인파가 하루 4만 명을 넘었다)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거리두기 조치를 위반하는 사례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는 그렇지 않은데, 인간은 코로나를 동반자 삼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마스크 없는 삶은 '향수'가 되어 사진첩에서,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리운 과거가 될까?
<함께>의 작가 루크 아담 호커가 마지막에 한 질문은 희망적이지도 절망적이지도 않다.
그는 담담하게 묻는다.
"달라진 오늘로 내일을 봅니다. 그날처럼, 폭풍이 다시 먹구름을 이끌고 온다면
우리는 다르게 맞이할 준비가 된 걸까요? 그날도,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선택은 우리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