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철학 그림책

<세 번 읽는 그림책>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 (1)

by 조이홍

'내돈내산'한 그림책을 1,000여 권 정도 보유하고 있다. 준이 중학생, Q가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여전히 그림책을 산다. 그림책의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참 매력 있는 장르다. 사실 요즘에는 아이들보다 아내가 더 많이 읽는다. 아내 등살에 나도 덩달아 읽는다. 언젠가는 부부 그림책 작가로 짜잔 등장하는 미래를 상상해 보곤 한다. 아직은 조금 먼 미래의 일일 테지만 꿈을 가진다는 건 좋은 거니까.


외국 작가로는 앤서니 브라운, 존 버닝햄의 그림책이 많다. 한국 작가로는 고대영(글), 김영진(그림) 콤비의 그림책이 단연 많다. 한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서 거의 모든 작품을 가지고 있다. 요즘에도 Q가 심심치 않게 꺼내보는 그림책에도 항상 이 책 몇 권은 포함되었다. 그다음으로 많은 그림책은 일본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작품일 것이다. 세어보니 출판사만 다를 뿐 열 권도 넘었다. 아이들도 좋아하는 그림책이지만 내가 특히 좋아했다. 언젠가는 <세 번 읽는 그림책>에서 다뤄봐야지 했는데 계속 미뤄왔다. 비 오는 토요일이라 굳게 마음먹고 실행해 볼까 한다.

요시타케신스케_이게정말사과일까.jpg

그림책 작가로서 그의 이름을 국내에 알린 건 <이게 정말 사과일까?>를 통해서다. 아직도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정이 생생하다.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이게 그림책이야? 철학책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존재론적 질문을 이렇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구나 싶었다. 왠지 소쉬르의 시니피앙(개념을 나타내는 언어)과 시니피에(언어에 의해 표시되는 개념)도 떠올랐다. '내가 내가 아니면, 나는 누구일까'라는 철학적 질문이 마구 쏟아졌다. 작가의 상상력은 독자로 하여금 질문하게 한다. '질문하기'는 좋은 그림책이 갖춰야 할 조건 중 하나이다.(전적으로 개인적인 견해이다.) 질문에 옳고 그름, 가벼움과 무거움 따위는 없다. 질문은 그 자체로 생각을 확장해 주므로 아이들이 독서를 하고 질문을 떠오르면 좋겠다 싶었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는 딱 그런 작품이었다.

요시타케신스케_이게정말나일까.jpg

그런데 덜컥 <이게 정말 나일까?>라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나왔다. 주인공 아이는 하기 싫은 것들을 대신하려고 도우미 로봇을 한 대 장만한다. 그리고 '가짜 나 작전'을 설명하는데 똑똑한 로봇은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주인공 아이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 달라고 한다. 아이는 외모, 기호, 관계를 통해 자신을 설명한다. 시간(과거와 미래)을 통해서도 설명하고, 리처드 도킨스의 '생존 기계'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사실 이쯤 되면 어떻게 이 그림책이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동화'인지 모르겠다. 어른인 내가 생각이 너무 많은 걸까? 재미있다는 아이들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달라고 했지만 나는 머리가 복잡했다. '이건 인간의 미래에 관한 그림책'임이 분명했다. 인간이 복제되거나 안드로이드가 되면 그건 정말 나일까?

요시타케신스케_이게정말천국일까.jpg

요시타케 신스케의 다음 관심사는 죽음이었나 보다. <이게 정말 천국일까?>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게 정말' 시리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천국에서 뭐 할까?'라는 공책에 담긴 그림과 이야기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다시 읽어 보니 픽사 애니메이션 'SOUL'이 떠오르기도 했다. 죽음 이후 천국에서 온갖 즐거운 일을 하게 되리라 꼼꼼하게 적어 놓은 할아버지에 대해 아이는 궁금했다. 할아버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죽음을 기다렸을까? 혹시 그 반대가 아니었을까? 정답은 할아버지만 알 것이고 아이는 공책 두 권을 준비한다. '천국에서 뭐 할까?' 공책과 '오늘은 뭐 할까?" 공책이었다. 그리고 그네에서 천국에 갔을 때를 대비해 하늘을 나는 연습을 한다. 죽음에 관해 아이에게 이토록 유쾌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그림책이 있을까?

요시타케신스케_이게정말마음일까.jpg

<이게 정말 마음일까?>는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라는 책과 함께 <세 번 읽는 그림책>에서 소개했다. 간략하게 되짚어 보면 '남을 싫어하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관한 그림책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시간이 아깝고 싫은 사람 때문에 생겼던 기분 나쁜 일이 자꾸자꾸 떠오르는 나 자신도 싫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정말 마음일까?>를 따라가다 보면 정답은 아니라도 힌트를 좀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정답은 이미 각자의 마음에 있지 않은가!

요시타케신스케_이게정말뭘까.jpg

<이게 정말 뭘까?>는 가장 최근 작품이다. 이전까지 작품이 한 가지 소재를 깊게 다뤘다면 이 작품은 정말 다양한 소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는 것인지 해답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 단어(개념) 정리를 하는 것이 아니고 그 범위와 경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학교, 즐겁다, 거짓말, 친구, 행복, 나, 정의, 용서, 입장, 평범, 꿈이란 뭘까 상상력을 펼친다. 솔직히 아이들이 물어보아도 나조차도 명쾌하게 대답해 주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읽다 보면 '그렇지'하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깊이가 약간 아쉽긴 해도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주고 그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역시 괜찮은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이게 정말' 시리즈는 재미있다. 무엇보다 어른인 내게도 좋은 점은 질문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라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에게 조금 어렵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그림책인 만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다만, 어느 날 아이가 이 작품을 읽고 질문하게 되면 조금 긴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는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질문일 테니까.



요시타케 신스케의 작품은 두 번에 걸쳐 소개하려고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는 <불만이 있어요>, <이유가 있어요>,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를 다룰까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는, 우리는 왜 거리로 나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