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홍 May 23. 2021

콩쥐 이야기

한뼘소설(고전 비틀기)

 콩쥐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를 얻었는데 계모에게는 팥쥐라는 딸이 있었다. 계모는 콩쥐에게만 힘든 집안일을 시켰다. 콩쥐의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루는 마을에 원님이 새로 부임해 마을 잔치가 열렸다. 마을 사람들 모두 참석해 잔치를 즐기는 자리였다. 인지상정이라 어린 콩쥐도 마을 잔치에 가고 싶었다. 계모가 그녀를 가만히 두었겠는가? 모녀는 꽃단장하고 잔치에 가면서 콩쥐에게는 산더미처럼 일을 맡겼다. 말은 또 어찌나 밉살맞게 하던지! 


 "부지런히 일해서 서둘러 끝내고 너도 잔치에 참석하렴." 


 콩쥐가 해야 할 일은 장정 서너 명이 달라붙어도 안될 만큼 많았다. 먼저 한 마지기가 넘는 밭을 갈아야 했다. 콩쥐 손에는 낡은 나무 호미 하나만 들려 있을 뿐이었다. 열심히 일하는 콩쥐. 하지만 거친 땅은 나무 호미로 쉬이 갈리지 않았다. 콩쥐가 힘주어 내리친 순간, 나무 호미는 우지끈 소리를 내며 두 동강이 났다.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콩쥐는 서럽게 울었다. 자신을 끔찍이도 아껴주던 생모가 간절히 그리웠다. 그 순간, 하늘에서 붉은 소 한 마리가 구름처럼 흘러 나비처럼 사뿐히 그녀 앞에 내려섰다. 


 "콩쥐님, 저는 당신 어머니가 보낸 하늘의 전령입니다. 지금부터 저에게 맡기시고 그늘에서 편히 쉬십시오." 


 콩쥐는 어머니라는 말에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붉은 소 말대로 그늘에서 쉬는데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바느질한 탓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 콩쥐. 해는 벌써 중천에 떠있었다. 믿음직한 붉은 소에게 한 마지기 밭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다 싶었다. 게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신령한 전령이니 온갖 조화를 부리지 않겠는가! 편안한 마음으로 밭을 바라본 콩쥐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글쎄 붉은 소가, 


 "어? 이거 왜 안 붙지? 이렇게 하면 붙어야 하는데…." 


 부러진 나무 호미를 붙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존재라도 그 능력을 옳은 방향에 쓰지 못하면 일에 진전이 있겠는가! 오늘의 일화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할지니….



 그간 너무 심각한 내용의 글을 써서 이번에는 조금 가벼운, 웃어넘길 수 있는 글을 써보았습니다. 제가 창작한 글은 아니고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유머입니다. 다듬고 보태서 '한뼘소설'로 선보입니다. 일요일 오후, 그저 편하게 한번 웃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올해도 심상치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