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홍 Jun 05. 2021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

현재 시간 9시 47분, 12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3월, 지구에서 세 번째로 깊은 장소인 필리핀의 'Emden Deep(엠덴 해연)' 바닥에 인류가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정확히는 유인 잠수정이. 공식적인 기록은 10,045 미터였다. 오랜 시간 사람이 닿을 수 없었던 심해에는 어떤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곳에서 인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잠수정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심해를 바라보던 과학자들의 눈에 띈 건은 깊은 고독 속에서 부유하던 인간의 흔적이었다. 씁쓸했다. 해양 오염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저토록 깊은 곳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마치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을까? (Caladan Oceanic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에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약 800만 톤에서 1,200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쓰레기라면 보통 사람의 인지 능력으로는 어느 정도 많은 양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금처럼 플라스틱에 의존한 삶을 계속 살 경우, 2050년이 되면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바다는 지구 산소의 약 50%를 공급하고 있는 중요한 보고(寶庫)다. 또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자연적으로 포집해주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 의하면 이산화탄소 1톤을 포집하는데 약 100달러가 소요된다고 예측했다. 5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려면 약 5.1조 달러가 든다. 그것도 매년! 바다는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오늘도 이 일을 묵묵히 그리고 기꺼이 해주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국가들이 해양수산물을 주요한 식량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에서 지속적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얼마나 필요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방식) 때문에 그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진행된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해양을 주제로 두 개의 특별 세션이 진행되었다. 그중 해양 쓰레기 관련 세션에서 보여준 자료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바다 스스로의 자정작용에 의해 쓰레기 종류별로 분해되는 기간을 보면 턱 하고 숨이 막힌다. 물론 분해된다고 해도 그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매년 아주 소량씩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공해 상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약 70%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도 나왔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간이 먹는 미세 플라스틱 섭취량은 1주일에 약 5g 정도라고 한다. 이는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한다. 한 달이면 4~5장, 일 년에 60장 정도의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먹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편리함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자료 출처 : P4G 서울 정상회의 해양 2 특별 세션>

 'GPGP'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얼핏 군대 용어 같기도 한 이 말의 정체는 Great Pacific Garbage Patch를 말한다. 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다. 1997년에 우연히 발견된 이 거대한 쓰레기 섬은 북미와 중남미, 아시아에서 흘러 들어온 쓰레기들이 바람과 해류의 영향으로 한 곳에 모여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거대한 쓰레기 섬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아래 그림처럼 무려 다섯 개나 발견되었다. 해양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영리단체인 네덜란드의 The Ocean Cleanup에 따르면 GPGP 면적은 약 160만 평방 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남한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8만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태양, 파도 및 해양 생물의 영향으로 더 작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될 때까지 수백 년간 바다 위를 표류하는 것이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한동안은 GPGP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우리 입으로 들어가 체내에 축적된다) GPGP는 바람과 해류의 영향으로 위치와 모양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고요하고 광활한 바다 위에 빽빽하게 들어선 쓰레기 섬,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5개의 거대한 쓰레기 섬 / 출처 : The Ocean Cleanup 홈페이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심각하지만 처리하기는 매우 곤란하다. 대부분 쓰레기가 공해상에 있기 때문이다. 오염의 주범을 찾아내기도 어렵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모른다.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닌데도 말이다. 2013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던 네덜란드의 한 젊은 청년 보얀 슬랫(당시 17세)이 바닷속에서 부유하는 쓰레기를 발견하고 이를 수거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앞서 말한 'The Ocean Cleanup'이다. GPGP처럼 해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쓰레기가 저절로 한 곳에 모인다는 원리를 역이용해 해양 쓰레기를 모으는 정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The Ocean Cleanup은 이 정화 시스템(친환경 U자형 거름장치)으로 5년 안에 태평양 쓰레기의 50%, 2040년까지 90%를 제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 네덜란드의 보얀 슬랫 모두 10대들이다.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지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는 10대들의 적극적인 행동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해양으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Top 1000 하천 / 출처 : The Ocean Cleanup 홈페이지>

 한편 The Ocean Cleanup은 해마다 하천을 통해 약 200만 톤 내외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으로 유입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 세계 하천의 1%(1,000개)에서 약 80%의 쓰레기를 토해내고 있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상당수는 아시아권에 속해 있다. (위 사진에서 빨간 원이 이에 해당한다) 회사는 '인터셉터(Interceptor)'라는 자체 장비를 개발해 5년 안에 해양 쓰레기 주범인 1,000개의 하천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터셉터는 태양광에 의해 작동하는 친환경 정화장치다. 이렇게 하천과 해양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친환경적인 가공 방식을 통해 선글라스로 재탄생한다. 판매 수익금은 물론 해양 쓰레기 수거를 위해 사용된다. 한 청소년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약 500억 원의 클라우드 펀딩을 받는 회사로 성장한 The Ocean Cleanup은 세계의 바다, 세계의 하천을 오늘도 청소하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직접 청소하러 태평양으로 배를 타고 나갈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물론 있다. 게다가 생각보다 많다.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패스트푸드나 배달음식에 딸려오는 일회용 스푼이나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텀블러 사용을 생활화하면 된다. 한걸음 더 나가 에코팩을 소지할 수도 있다. 대나무로 만든 빨대, 칫솔 등을 사용하면 생각보다 많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집도 좋아하는 로제 떡볶이를 일회용 포장재가 아닌 다회용 포장재(글라스 락)에 담아오기로 했다. 당장 플라스틱 사용을 멈출 수는 없지만, 개인이 이런 방식으로 조금씩 줄여나간다면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쓰레기 분리배출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쓰레기 분리배출률이 약 70%라고 하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가정마다 더 체계적으로, 더 꼼꼼하게 쓰레기를 분리배출해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 탄소 발생을 절약할 수 있다. 지구를 위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이다. 


 9시 47분. 환경 위기 시계로 현재 시간이다.  기후환경파괴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인류 생존의 위기감을 시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12시가 되면 인류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아직 2시간 13분이 남았네 할 때가 아니다. 다행히 이 시계는 멈출 수도 있고, 정말 노력하면 거꾸로 가게 할 수도 있다. 오늘 우리의 행동이 환경 위기 시계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한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그레타 툰베리, 보얀 슬랫 등 세계의 10대들(보얀 슬랫은 지금은 20대 중반이 되었지만)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 단지 구호뿐만 아니라 행동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10대들도 이런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물론 미처 알지 못하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10대들이 많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더 많은 10대가 환경과 지구의 미래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 

작가의 이전글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시청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