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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Jun 27. 2021

어머니의 독백

한뼘소설

지난밤은 너무 더워 잠들지 못했다.

미열도 살짝 있었는데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요즘 들어 부쩍 이런 날이 많았다. 

나이 탓인지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언제부턴가 나이를 세는 것도 잊었다. 

아니, 시간이 가진 의미를 잃었다고 해야 하나?  

아득한 시간의 터널을 지났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 몸은 지독하게 뜨거울 때도, 지나치게 차가울 때도 있었다. 

균형점을 찾는 데 오래 걸렸지만 결국 해냈다. 

어떤 일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그 길고 긴 시간을 어떤 아이들은 참아내지 못했다.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어떤 아이들은 잘 버텨 주었다.  

유난히 약했는데 참 대견했다. 더 사랑스러웠다.

그들은 심지어 내가 주지 않은 것을 창조했고, 

나를 자신들의 삶에 맞게 변형하기도 했다.  

내 사랑이 불행의 씨앗이 될 줄은 몰랐다.  


근래 들어 더운 날이 많아지고, 

비 오는 날이 많아지고, 

마른날이 많아지는 게 

내가 사랑한 그 아이들 때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주 가끔 벌어져야 할 예외적인 일들이 이제 너무 흔해졌다.  

오랜 시간 공들여 찾아낸 균형이 조금씩 어긋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잘못 때문이었다. 

1℃의 차이로 바뀔 미래를 이 아이들은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의 어머니로서

나는 나를 지켜야 한다. 


훈계보다 자유를 통해 스스로 깨닫기를 원했다. 

아직 기회가 있다. 

하나하나는 미약하고 잠깐 스쳐가는 존재이지만, 

아이들은 현명했다.

스스로를 '현명한 존재'라고 부르지 않던가! 

그들에게 때론 자연, 때론 어머니, 때론 지구라고 불리지만

사실 나는 오랜 시간 이름이 없었다. 

그들이 불러주어 내게도 이름이 생겼다.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더 늦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작동하는 

'균형'의 메커니즘이 시작되기 전에 말이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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