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무쓸모의 쓸모'를 시작하며
새해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한해의 마지막 주에는 언제나 가족들과 한 자리에 모여 새해 계획을 세웠다. 그런 계획에 으레 등장하는 '체중을 얼마나 뺄 것인가'나 '책은 몇 권이나 읽을까'와 같은 단골 메뉴 이외에도 각자가 성취하고픈 바람을 두세 가지쯤은 함께 적었더랬다. 예를 들어 아내는 수영 기록 단축이나 마라톤 대회 참가 소망을, 아이들은 회장 출마(당선이 아닌)나 배우고 싶은 운동을 적곤 했다. 내 경우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로 몇 회 이상 글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적었더랬다. 어떤 해에는 새해 계획을 수치로 환산해 연말까지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에게 후한 상금을 수여하는 경쟁 방식의 'Family Challenge'도 실시했다.
두 해째 끈질기게 버텨내고 있는 코로나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 들어 의욕이 좀 시들해진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앞에 두 원인이 묘하게 시너지를 일으킨 탓인지 올해 처음으로 아무런 계획 없이 새해를 맞이했다.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뭐 한 해쯤 거창한 새해 계획 없으면 어떠랴 벌써 순응해버렸다.
그런데 근래 들어 꿈을 잘 안 꾸더니 어제는 16부작 미니 시리즈로 연거푸 꾸었다. 다이내믹한 꿈 중 하나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는 '발행' 버튼을 막 클릭하려던 찰나였는데, 웬일인지 꿈속의 내가 2022년에는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올리겠다는 당찬 포부로 설레고 있는 게 아닌가! 현실에서 무뎌진 의욕이 무의식 속에서 발현한 건가?
내 그림자(무의식)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왠지 그냥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부랴부랴 매거진을 만들어 '무쓸모의 쓸모'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꿈속 또 다른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올려보려고 한다. 때로는 일기, 때로는 넋두리, 때로는 꼰대의 하소연일지도 모르겠다. 무쓸모(쓸 만한 가치가 없음)한 글이 될 것이다. 그저 그중 한두 편이라도 쓸모(쓸 만한 가치)가 있기를 바랄 뿐. 그래서 '무쓸모의 쓸모'이다.
오늘은 1월 2일, 시작도 하기 전에 지각을 해버렸다. 아니 이 정도면 결석인가? 학교 다닐 때도, 회사 다니면서도 그 흔한 지각 한번 하지 않았다. 나란 사람은 언제나 한 시간쯤 먼저 나가 있어야 마음 편했다. 새해 첫날부터 지각했으니 좀 더 부지런히 써 볼 수밖에.
'무쓸모의 쓸모' 매거진에 올리는 글에는 '댓글' 기능을 없애려고 한다. 대부분 무쓸모 한 글일 테니 마음씨 착한 브런치 동료 작가님들이 뭐라도 적어야 하는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 '좋아요(하트)'도 없애고 싶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뭐….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으면 좋겠다. 이곳에 올리는 글들은 의미로 가득한 시대에 '백색 소음' 같은 역할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