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일, 코로나 백신 부스터 샷 완료 후기
12월 30일, 아내와 함께 코로나 백신 부스터 샷을 맞았다.
'Shot'이라는 영어 단어는 발사, 촬영, 시도, 치다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Shoot'이라는 단어의 과거, 과거분사형이기도 하다.
골프에서 함께 라운딩 하는 플레이어가 멋진 스윙을 보였을 때 "나이스 샷"이라고 감탄(혹은 업무상 리액션을)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썸 타는 동료들에게 짓궂게 '러브 샷!'을 외칠 때도 이 shot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shot이라는 단어에 주사(注射, injection)라는 뜻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비로소 알았다.
Stupid! 그러니까 'Booster shot'이라고 했겠지. 코로나 덕분에 모처럼 영어 공부를 다 했다!
2차 백신 접종까지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 2차 때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 정말 백신을 맞은 건지 의심까지 했다.
2차 백신이 마지막 접종일 때는 2차 접종 완료한 사람들이 많이 아파한다는 '카더라' 통신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렸다. 누구 아빠는 3일간 입원하고, 누구 엄마는 새벽에 응급실에 실려갔더라 뭐 그런 내용이었다.
2차 접종이 겁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으리라.
두려웠다. 아플까 봐, 잘못될까 봐. 아이들만 남겨질까 봐.
코로나 덕분에 모처럼 좋은 아빠가 되었다!
3차 백신 접종이 마지막이 되자, 부디 마지막이길, 3차 접종 완료한 사람들이 이번에는 정말 많이 아프다는 '카더라' 통신이 귀에 쏙쏙 날아와 박혔다. 만약 잘못되면 서로 재혼은 하지 말고 애들 잘 키우자는 시답잖은 농담을 아내와 주고받았지만, 그 말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았다.
3차 백신 접종 다음 날, 아내는 5시에 일어나 새벽 수영을 갔고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백신 부작용인지 미열에 약간의 근육통, 약간의 두통, 약간의 무력감이 찾아왔다.
고통스럽지는 않았지만 침대를 박차고 일어날 만큼의 힘과 의욕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주사를 맞은 팔만큼은 역대급으로 아파서 팔을 '앞으로 나란히' 이상 들 수 없었다. (이틀 동안 아팠다)
2차 접종을 '물 주사'라고 의심해 벌 받은 것일지도 몰랐다.
평소 수영과 달리기로 단련한 '체력의 여왕' 아내와 기막히게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아내처럼 평소에 꾸준히 운동 좀 할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코로나 덕분에 모처럼 자기반성,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덕분에 영어 공부도 하고, 좋은 아빠도 되고, 자아성찰 하는 기회도 가졌지만,
그래도 망할 놈의 코로나 정말 싫다!
아직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 그 시절 나는 작고 뾰족한 물건, 바늘에 몹시 취약했다.
감기라도 걸려 병원 한 번 가려면, 가는데 두 시간, 병원에서 진료받는 데 두 시간 이상 걸렸다.
일단 집에서는 어머니가 병원 갈 채비하는 즉시 줄행랑을 쳤다. 한바탕 울고 불고 소란을 피웠다.
어찌어찌해 병원에 가면 진료하는 의사 선생님께 갖은 애교를 부리며 주사 말고, 약만으로 낫게 해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럼 의사 선생님은 세상 인자한 표정으로 '그러마' 하셨는데, 진실과 마주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진료실을 나와 주사실로 안내하는 간호사 누나의 손아귀에서 탈출해 2차 추격전을 벌였다. 병원이 떠나갈 듯 울고 불고 난리 쳤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었지만, 그 당시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고맘때 아이들 중 누가 주사 맞기 좋아했으랴마는 나는 좀 심했다. 병원에 가면 간호사 누나들이 대놓고 나를 피했다. (천사 같았던 간호사분들께 정말 몹쓸 죄를 지었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하고 싶다. 죄송해요, 제가 철이 없었습니다.)
3차 접종할 때 의사 선생님께서 "이 주사는 좀 아파요" 하셨다. "네"라고 대답했지만 사실 주사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주사 맞고 아파할 나이는 벌써 한참 전에 지났으니까. 코로나 덕분에 주사 따위 무섭지 않은 진짜 어른이 되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코로나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