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아이는 어른의 스승
공부, 정확히는 숙제, 하겠다며 책상에 앉은 둘째 아이가 소란스럽다.
평소에도 차분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는 좀 도가 지나쳤다.
들락날락거리며 청소기며 찍찍이(먼지 떼는)며 물티슈를 찾았다.
결국 한 시간 동안 하겠다던 공부는 안 하고 줄곧 책상 정리만 했다.
한 시간이면 오늘 해야 할 몫의 공부는 끝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아이 방에 들어 가보니 딱히 변한 게 없어 보였다.
그런데 책상 서랍을 여는 순간 짜잔!
얼마나 정리 정돈을 잘해 두었는지….
연필까지 죄다 깎아두었다.
겨울방학에 읽어야 할 책들도 가지런히 정리했다.
방학도 했고 새해도 맞이했으니 한번 정리하고 싶었단다.
그런 마음 가짐으로 공부도 좀 열심히 하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피식 웃는다.
한때 책상의 깔끔함과 성적은 반비례한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부디 그렇지 않기를 바랐다.
뭐, 첫째 아이 책상이 항상 말끔한 걸 보니 이제는 그렇게 믿어도 좋겠다 싶었다.
둘째 아이 생활 통지표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지난 학기 학급 반장을 맡았던 둘째 아이의 핵심 공약은 '깨끗한 교실에서 건강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학급 청소를 도맡아 하겠다는 공약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생활 통지표에 아이가 그 약속을 너무 잘 지켰다고, 집에서도 칭찬 많이 해 주라고 써 주셨다.
둘째는 학 한기 내내 자신의 공약을 몸소 실천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대선정국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점이 참 많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