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치킨 먹고 살지
모처럼 둘째 아이 공부도 봐주지 않은 토요일.
운동(탁구)으로 외출한 두 시간을 제외하면 오롯이 '기린이를 위한 안내서' 쓰기에 열중했다.
기후 위기, 환경 관련 책을 소개하고 싶기도 했지만, 읽은 책을 정리해 둘 필요도 있겠다 싶었다.
어떤 브런치 작가님이 그랬다.
써 놓은 글은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온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무쓸모의 쓸모'가 또 하루 밀릴 위험에 처했다.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몇 번째인지 몰랐다.
어제 치도 오늘 아침에야 겨우 발행했는데. (그래도 어젯밤 대부분 써놓았다)
땡땡이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예전에 인스타그램에 올려둔 피드들을 살펴보았다.
독하게 마음먹으면 사용할 콘텐츠는 차고 넘쳤다.
그런데 유독 윤동주 시인의 '무얼 먹고 사나'가 눈에 들어왔다.
젊은 윤동주 시인은 한때 동시처럼 맑고 유쾌한 시도 많이 지었다.
개구쟁이 같은 마음으로 시를 썼을 시인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무얼 먹고 사나'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시인께 누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 시에 우리 이야기를 살짝 덧붙였다.
이 글을 읽을 분들도 '시적 허용'으로 용서해 주시길.(시적 허용이 이런 의미는 아니지만)
(표기는 옛 것 그대로 따랐다)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 먹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어 먹고 살고
우리 집은
치킨 구어 먹고
별나라 사람
무얼 먹고 사나.
기나긴 공백을 깨고 드디어 아내가 두 달여 만에 에어 프라이기로 치킨을 만들었다.
그 맛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기가 막혔다.
당장 장사해도 손색이 없을 맛이었다.
엄마 음식에 언제나 냉정한 아이들도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맛있게 치킨을 먹는데 좀 억울했다.
지난번 '치킨 대참사' 때도 기름에 튀기지 말고 에어 프라이기로 만들어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두 달 동안 그토록 가혹한 벌을 받지 않아도 좋았을 걸.
사랑하는 치킨과 멀어지게 했던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