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일찍부터 소섬 또는 쉐섬으로 불린 우도는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큐가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우도로 가족여행을 갔었다. 준, 큐 형제가 한창 자전거를 열심히 탈 때라 자전거로 우도 일주를 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빌리러 갔는데 큐가 탈 만한 자전거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뒷좌석이 있는 자전거를 빌려 함께 탔다. 자전거로 여행하는 우도는 꽤 운치가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예쁜 곳이 나오면 멈춰서 사진도 찍고 놀다 갔다. 지금처럼 예쁜 카페들도 없었고, 식당도 허름했지만 음식은 맛있고, 인심은 넘쳤다. 그렇게 두 시간쯤 자전거를 타는데 큐가 뒤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안전벨트가 있었지만 그래도 좀 위험해서 흔들어 깨웠다. 하지만 좀처럼 일어나질 않아 애를 먹었다. 그때 마침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고 화들짝 놀란 큐는 벌떡 일어났다. 잠시 비를 피해 자전거 대여점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얼마 후 1톤 트럭이 왔는데 자리가 부족해 아빠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라고 했다. 한 시간을 빗속에서 자전거를 탔는데 눈물인지, 빗물인지 아니면 땀인지 모르는 것이 계속 얼굴에 흘러내렸다. 웃픈 추억이다.
그때 추억에 젖어 이번 우도 여행에도 자전거로 섬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전기 자전거나 미니 전기차 등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지만 부지런히 페달을 돌려 앞으로 나가는 자전거가 우도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외부차량은 이제 우도에 들어올 수 없어 (우리도 성산항에 주차해 두었다.) 걱정하지 않고 자전거를 빌렸다. (외부차량 반입 제한 조치는 2022년 7월 31일까지다. 단, 1~3급 장애인과 만 65세 이상 노약자, 임산부, 만 6세 미만의 영유아를 동반하는 경우와 우도에 숙박하는 관광객이 탄 렌터카는 반입 가능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도로는 많이 붐볐다. 자전거, 전기 자전거, 미니 전기차, 버스 등이 함께 통행할 만큼 해안가 도로는 넓지 않았다. 절대적으로 증가한 관광객을 감당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였다.
준, 큐 형제는 자전거를 타는 내내 조심했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우도의 아름다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에메랄드빛으로 부서지는 햇살 아래 하얗고 푸른 서빈백사 해변의 바다와 새하얀 홍조단괴(홍조류가 단단하게 굳어 돌처럼 형성된 것)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우도봉 가는 길도 파스텔톤 예쁜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무언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 예전에는 조용하고 한적한 섬이어서 좋아했는데 이제는 제주에서도 가장 핫한 관광지로 변해 있었다.
신혼 초에 이제 막 지은 작은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주위에 아무것도 없어 살면서 가장 많은 별을 본 곳도 이곳이었다. 그 우도가 지금의 우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졌다. 아내도 말은 안 했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방향을 돌려 그냥 나갈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그런 말을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기분도 바꿀 겸 비양도로 들어가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족사진도 찍고 시원한 물도 마셨다. 비양도는 섬 속의 섬으로 다리로 연결된 우도의 작은 부속섬이다. 마침 비가 올 듯 말 듯 한 구름 낀 날씨는 조금씩 파란 하늘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닫혔던 마음도 조금씩 열렸다. 우리 가족의 시그니처 사진인 공중점프 컷을 찍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우도봉으로 향했다. 우도봉이 보이는 검멀레 해변에서 우도 특산물 중 하나인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속도 없이 아이스크림 맛은 왜 이리 좋은지. 하나에 5천 원이라 한 개 더 먹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아이들은 한라봉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한 입 뺏어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아내는 우리의 여행 리스트가 돌았다고 확신에 차 말했다. 우리가 다니던 여행지나 맛집에 사람이 많아지면 늘 하는 말이었다. 한창 여행을 많이 하던 시절 엑셀로 지역별 맛집과 관광지를 정리해 다녔는데 그 리스트가 다른 사람에게 유출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리는 없다. 국내 여행객이 절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어디에나 관광객은 많아졌으니 말이다. 그래도 우리가 좋아하는 제주 여행지들은 정말 좀 덜 알려지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 아내한테 다음 우도 여행은 방법을 바꿔 보자고 했다. 마지막 배로 들어와 하루를 머물며 해 지는 바다도 보고,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도 다시 보자고 했다. 그럼 평화롭고 조용한 우리만의 우도를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우도 이야기>
우도는 제주 부속 섬 중에 가장 큰 섬이다. 오랜 세월 사람이 살지 않았다. 종종 염소를 기르는 사람이 들어오기도 했다지만 조선 후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화산섬인 우도도 농작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땅콩을 심었다고 한다. 현재는 농경지의 80% 정도가 땅콩 밭이다. 홍조단괴 해변, 우도봉, 검멀레 해변이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밖에도 하고수동해수욕장, 비양도도 있다. 동안경굴은 동쪽 절벽에 있는 고래굴이라는 뜻인데 왜구의 근거지로 쓰였던 곳이라고 한다. 우도 사람들은 소의 콧구멍을 닮았다고 해서 검은코꾸망이라 부르기도 했다. 우도에는 선착장이 두 곳 있다. 천진항과 하우목동항이다. 천진항에는 성산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들어오고, 하우목동항에서는 성산항과 종달항에서 출발한 배가 들어온다. 10분, 30분 간격으로 수시로 운행한다. 왕복요금은 성인 기준 10,5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