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복권을 사고도 맞춰보지 않는 이유
로또 6/45를 가끔 샀다.
출장 갈 때, 거래처 들를 때, 여행 갈 때 '1등 당첨 명당'이라는 문구를 보면 자연스레 한두 장씩 샀다.
그렇게 산 복권을 잘 맞춰 보지 않았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지갑 안에 고스란히 넣어 두었다.
종종 로또를 사두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때도 있었다.
당첨될 확률이 현저히 낮음을 알았고, 사실 당첨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슴에 품고 다니는 게 훨씬 좋았다.
그때 지갑 안에 든 건 더 이상 복권이 아니었다.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비타민이었다.
"1등 당첨되면 요트 한 대 살까? 중고는 엄청 싸다던데?"
"북유럽으로 가족 여행 한 번 떠날까? 프라하의 거리를 꼭 걷고 싶었는데!"
"양가 부모님 세계 여행시켜 드려야지. 연세 더 드시기 전에."
"여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싹 다 사!"
"OOO도 좀 도와주고, XXX도 좀 도와줘야겠다."
이런저런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삶의 활력소.
복권 한 장, 5천 원 가치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모처럼 지갑 안 영수증이며 오래된 명함을 정리하다가 로또 몇 장을 발견했다.
꽤 오래전 것도 있어 맞춰봐야지 싶었다.
첫 번째 로또를 맞춰보는 순간 그만 숨이 헉하고 멈췄다.
"도대체 이거 몇 개나 맞은 거야?"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 날만큼은 생생하게 기억났다.
바로 작년 내 생일이었다.
지난밤 꿈도 특별했다. (꿈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나중에...)
평소 6개의 번호를 찍는 나만의 루틴이 있었다. (주로 가족 생일)
그런데 그날은 왠지 숫자 3개가 자꾸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나와는 관계없는 엉뚱한 숫자들이었다.
일종의 계시일까 싶어 그 숫자 3개를 먼저 찍고 나머지는 루틴 숫자를 골고루 찍었다.
그 결과가 이랬다.
신이 머물다 간 순간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4등 당첨!
당첨금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렇게 많이 맞아도 되나 싶었다.
이쯤 되니 아쉬운 마음도 살짝 들었다.
기왕 머물다 가실 거면 좀 더 오래 계셨으면 좋았을 걸.
그럼 11을 12로, 19를 14로 바꿔주실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인간의 욕심이란 참으로...)
한바탕 기분 좋게 웃었다.
로또가 막 나왔을 무렵 4등에 당첨되었으니 거의 15년 만이었다. 그럼 나의 행운의 주기는 15년인가?
운동 갔다가 밤늦게 돌아온 아이들과 오랜만에 치킨을 사 먹었다. 꿀맛이었다.
복권 당첨 덕분에 '치킨이 맛없어지는 벌'도 끝났다.
지치고 힘들 때 복권 한 장 정도 사도 좋겠다 싶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장! 당첨이 되지 않아도 좋고, 당첨되면 더할 나위 없고. 덕분에 지친 삶에 활기를 불어넣고 다시 일상을 향해 힘차게 뛸 수 있다면 5천 원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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