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러니까 브런치 동료 작가님들과 함께 책을 통해 '지적 허영'을 탐닉하는 '호모 루덴스'가 되리라는 바람은 결국 한 여름밤의 꿈에 그치고 말았다. 망각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의 기운이 태동하 듯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 역시 일부러 메모해 두지 않았다면 어떤 책의 첫 문장인지 맞힐 가능성이 0에 수렴했을 터였다. 다만 그때 그 감성을 다시 한번 재현하고 싶었다. PC 통신 갬성 말이다. 천리안 영화방에서 '영퀴(영화 퀴즈)'하며 숱하게 많은 밤을 지새웠던 그 시절이 사뭇 그리웠다. 파란색(남색) 모니터에 주인공 이름이나 대사 몇 마디, 살짝 스친 소품 하나만 공개해도 참가자들이 앞다퉈 영화 제목을 맞히곤 했다. 숨기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 사이의 숨 막히는 긴장감은 오롯이 깜빡이는 커서를 통해서만 전달되었다. 아무도 맞추지 못하는 최고난도 문제에 덜컥 정답을 날려 보내면 부러움과 원망의 시선들이 전화선을 타고 짜릿하게 전해지는 듯했다. 녹색 창도 집단 지성도 없던 시대, 오로지 자신의 기억력과 판단력으로 승부를 펼치던 그 시절로 잠깐 돌아가는 꿈을 꾸었더랬다.
꿈에서 깨어났으니 이제 각 문제의 정답을 좇아 보련다. 과연 '그림' 힌트가 얼마나 책 제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였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전, 독서 골든벨'의 마지막 재미가 아닐까 싶다. go go!
1번) 사건의 배경은 '오랑'이라는 도시, 그리고 그림 힌트는 쥐. 1번 문제는 모든 분들이 맞히지 않았을까 싶다. 바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정답이다.
2번) '재산 있는 남자와 아내'라는 소재는 이 책을 이끌어 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바로 수많은 '실장님(왕자님)' 변주를 만들어 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다.
3번) '아버지'와 '클래식 자동차', 개인적으로 이 문제도 많은 분이 정답을 유추하지 않았을까 싶다. 바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다.
4번) 지금 보니 이 문제는 매우 어렵다. 그림 힌트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답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다.
5번) '니체'와 '깃털' 이 두 가지만 보고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알아냈다면 PC 통신 시절 영퀴왕이 되고도 남을 '신급' 독서가가 아닐까 싶다.
6번) 설명이 필요 없을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7번)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였으리라 짐작된다. 그래도 그림 힌트는 결정적이었으리라 믿는다. 정답은 바로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이다. (그림 힌트가 너무 유치했다.)
8번) 이견이 없을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9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감히 가장 어려웠을 문제라고 짐작된다. 멕시코 음식을 통해 사랑과 성에 대해 솔직하게 그린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다.
10번) '폴'은 이 소설의 여자 주인공이고 그림 힌트는 바로 브람스이다. 아~~~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답은 바로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다.
'지적 허영'이 그리워질 때 또 찾아오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