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밤

2월 13일, <사평역에서>와 <긍정적인 밥>을 낭독하는 밤

by 조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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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그 옛날 도인처럼 언어로 축지법을 쓴다. 축지법은 '땅을 접는 법'이란 뜻으로 같은 거리를 일반적인 걸음걸이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가공의 기술이다. 시인은 문장을 접고 또 접는다. 아주 적은 텍스트로 때론 장편소설 분량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래서 시인은 오늘날의 도인이다. 조정래 작가님이 소설가의 퇴고가 얼마나 어려운지, 노력이 필요한지 설명하면서 시인은 문장 부호 하나를 찍을지 말지로 평생 고민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마침표(.)인지 쉼표(,)인지, 물음표(?)인지, 느낌표(!)인지에 따라 시의 세계는 천양지차다.


그 시가 세상을 끌어안는 넓은 품만큼 가치를 인정받으면 좋겠다 싶다. 오늘날 시의 가치가 너무 박하다 싶은데 함민복 시인은 그의 시 <긍정적인 밥>에서 이런 마음을 경계했다. 시인은 도인이자 성인이자 군자였다!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굶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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