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물음표와 느낌표의 기원을 찾아서
어린 시절 나는 궁금한 게 참 많았다. 어떻게 전화를 통해 저 멀리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나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텔레비전은 어떻게 생생한 화면을 안방까지 전달할 수 있는 걸까? 호기심 많던 그 시절의 나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나 카세트 플레이어를 몇 개나 분해했고 망가뜨렸다. 안타깝게도 그런 내게 돌아온 건 격려나 응원보다는 따끔한 꾸지람에 가까웠다. 아마 그때 칭찬을 들었더라면 에디슨 같은 발명왕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현실은 '가전제품 킬러'였고, 흑백 텔레비전에서 칼라 텔레비전으로 바뀌었을 때 부모님은 막내아들이 절대 새 텔레비전 가까이 가지 않도록 엄명을 내리셨다. 그 후 나의 왕성한 호기심은 전자제품에서 세상을 향했고 그때부터 조금씩 독서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나라마다 인종마다 언어가 달라도 모든 사람이 동일한 뜻으로 이해하는 문자가 있다. '문장 부호'가 바로 그것이다. 문장 부호의 사전적 의미는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거나 문장을 구별하여 읽고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하여 문장 각 부분 사이에 쓰는 여러 가지 부호'이다. 정확히 말하면 문장 부호는 문자가 아니다. 그러나 '문자'의 사전적 의미가 '말을 눈으로 읽을 수 있게 나타낸 기호'임을 감안하면 문장 부호를 문자로 슬쩍 밀어 넣어도 누가 시비 걸진 않을 성싶다.
문장 부호에는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가운뎃 점(·), 쌍점(:), 쌍반점(;), 빗금(/), 큰따옴표(""), 작은따옴표(''), 소괄호(()), 중괄호({ }), 대괄호([ ]), 붙임표(-), 줄표(--), 물결표(~), 줄임표(…) 등이 있다. 다른 문장 부호도 그렇지만 특히 물음표(의심이나 물음을 나타낼 때 쓰는 부호)와 느낌표(감탄문이나 감탄사의 끝에 쓰거나, 특별히 강한 느낌을 나타내는 어구, 평서문, 명령문, 청유문에, 물음의 말로 놀람이나 항의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 감정을 넣어 대답하거나 다른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부호)를 언제, 왜 사용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왕성한 내 호기심이 이번에는 물음표와 느낌표에 닿았다.
물음표의 기원은 첫째 아이에게 필독서로 건넨 '중학생을 위한 한국 수필 베스트 50'에 실린 이어령 선생님의 <물음표의 비밀>이라는 수필에서 찾았다. 이쯤 되면 궁하면 통한다는 옛말은 사실일지도 몰랐다. 물음표는 라틴 어 Quaestiδ(꾸에스티오)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영어의 Question과 같은 말로 '의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라틴 어에서는 묻고자 할 때마다 문장 끝에 일일이 Quaestiδ라는 말을 써야 했다. 당연히 무척 번거로웠을 것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머리글자 Q와 꼬리 글자 δ만 따서 Qo라고 표시했다. 이것이 변형되어 Q자 아래 o자를 붙여 한 글자로 합성한 것이 바로 오늘날 물음표(?)가 된 것이다. 이 설에 근거하면 물음표를 문자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느낌표는 ‘감탄하다’는 뜻의 라틴어 io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i와 !는 위아래 모양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가 하면 1400년대 이탈리아 시인 '알폴레이오 다 우르비살리아'가 처음 고안했다는 설도 있다. 그는 보다 생동감 있게, 큰 소리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점 위에 선을 하나 그어 표시하고 자신이 만든 문장 부호를 ‘감탄의 점’이라고 불렀다. 처음 사용했던 위치는 문장 앞이나 뒤 아무 곳에나 썼던 것 같다. 그러다 1700년대에 이르러 스페인 사람들이 '감탄의 점' 모양을 위아래로 뒤집고 문장 앞에 두는 것으로 표준화했다. 이후 선교사들과 유럽 강대국들이 세계 여러 나라를 식민지화하면서 느낌표를 전 세계로 퍼뜨렸다. 그리고 마침내 18세기에 이르러 느낌표는 현재와 같이 감탄사 뒤, 문장의 맨 끝에 쓰이게 되었다.
물음표와 느낌표의 기원을 몰라도 사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 알아도 딱히 써먹을 데도 없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감으로 활용되는 것 말고는….) 그래도 궁금한 걸 찾아 해결하지 않으면 뭔가 찜찜해 견딜 수 없다. 궁금하다는 걸 깨닫고, 그 궁금함을 해결하는 과정이 곧 나였다. 나는 그렇게 그럭저럭 잘 살았다. 별게 다 궁금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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