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눈 건강에 대한 오해를 풀다

3월 2일, 안과에서 노안 검사를 받았다.

by 조이홍

지난 주말 아내 등쌀에 떠밀려 드디어 안과로 시력검사를 받으러 갔다. 마침 아이들 안과 정기검진 받는 날이기도 해 겸사겸사 따라나섰다. 2~3년 전 찾아온 노안은 평소에는 좀 괜찮다 싶다가도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부쩍 악화되었다. 그런 날에는 잘 보이던 카톡 문자도 보이지 않고 책 읽기도 불편했다. 늘 그러면 좀 더 일찍 병원을 찾았을 테지만, 불규칙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지라 차일피일 미루었던 것이다. 그러다 요 며칠 증상이 계속되는 듯해 더는 미룰 수 없겠다 싶었다.


노안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평생 꽤 괜찮은 시력으로 살았다. 좌우 공히 1.5였다. 평생 살면서 공감하지 못했던 두 가지가 '왜 담배 피우고 싶은지''안경 쓰면 얼마나 불편한지'였다. 평생 안경과 렌즈에 의지하다가 라섹 수술로 제2의 인생을 맞은 아내에게 안경의 불편함을 수시로 전해 들었지만 사실 온전히 공감하지는 못했다. 공감 능력이 좋은 편이라 여겼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그러다 노안 증상이 나타나니 덜컥 겁이 났다. '안 보인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두 다리를 잃으면 살 수 있을까?', '왼손잡이가 왼손을 잃으면 살 수 있을까?' 이런 류의 상상을 가끔 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잘 살 것 같았다. '만약 시력을 잃는다면?' 솔직히 자신 없었다. 가끔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앞이 안 보이는 분을 만나면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불편한 건 없나 한 번 더 뒤돌아 봤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봐."는 어찌 보면 굉장히 폭력적인 말이었다. 공감이 내재화되지 않으면 결국 공염불에 그칠지도 몰랐다.


모처럼 찾은 안과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대기 시간이 무려 1시간 30분이었다. 혼자 갔으면 당장 나왔을 테지만 아이들 검진일이니 꾹 참고 기다렸다. 첫째 아이, 나, 둘째 아이 순으로 시력부터 측정했다. 그 좋던 시력이 1.0, 0.8로 나왔다. 노안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서니 살짝 두려웠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시력 검사한 세 명 중 내 시력이 가장 좋았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노안으로 시력이 많이 나빠진 아빠보다 더 안 좋았다. OTL


오랜 기다림 끝에 원장님을 만났다. 최첨단 장비로 눈을 이리저리 검사한 원장님은 노안이 제법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아는 사실을 듣는데도 마치 최종 선고를 듣는 피의자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노안은 시신경이 약해져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가 보이지 않는 증상이다. 시신경도 몸의 다른 근육처럼 노화되기 때문이었다. 원장님이 노안으로 생활이 불편한지 물었다. 증상이 계속되는 건 아니고 그날그날 몸상태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마침 기다리느라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오늘은 잘 보인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원장님은 더 불편해지면 그때 가서 안경을 쓰라고 했다. 지체하지 않고 원장님께 손을 번쩍 들고 질문했다. "노안이 오면 빨리 안경을 써야 그나마 노안이 천천히 진행된다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원장님 답변은 간단했다. 이미 진행된 노안은 개인차는 있으나 안경을 쓴다고 더디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안경에 의지하면 시신경이 더 약해져 노안에 좋지 않다고 했다.


셋 중에 가장 시력이 좋지 않은 둘째 아이 진료를 볼 때 (가족이라 다 함께 들어갔다) 또 한 번 손을 들고 질문했다. "아이가 차 안에서 책(만화책)을 많이 읽는데 시력이 나빠지는 원인이 되는 건가요?" 이번에도 원장님 답변은 간단했다. "안 읽으면 좋지만 휴대폰 쳐다보는 건 보다는 낫습니다." 사실 둘째 아이는 나를 닮아 가만히 있는 시간을 무척 아까워했다. 그래서 차만 타면 엄청나게 책을 읽었다. 그중 구할은 만화책이었고 시력이 좋지 않은 아이에게 해가 될 것 같아 최근에 흔들리는 차 안에서 독서 금지령을 내린 터였다.


사실 안과를 방문한 건 이 두 가지 질문을 의사 선생님께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저 귀동냥으로 얻어걸린 정보가 아니라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했다. 나는 당장 안경 쓸 필요는 없지만, 둘째 아이는 되도록이면 빨리 안경을 써야 했다. 다행이면서 다행스럽지 않았다. 그날 밤 집에 와서 검색 창에 '시력에 좋은 음식'을 검색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당근, 블루베리, 시금치, 치즈, 연어, 옥수수, 브로콜리 등이 공통적으로 시력에 좋다고 나왔다. 옥수수를 제외하면 둘째 아이가 죄다 먹지 않는 음식들이었다. 다음 정기 검진 때 의사 선생님께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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