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분리수거 참 어렵다

5월 1일, 그래도 할 건 해야지.

by 조이홍

주말 아침, 일주일 치 쌓인 재활용품을 정리하려고 목욕탕 의자를 가져와 쓰레기통 앞에 쭈그려 앉았다. 우리 아파트는 주말에만 재활용품을 내놓을 수 있어 이런 풍경은 주말 아침의 일상이 되었다. 사실 분리수거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집안일에 참여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이 맡기로 했으나 언제부터 오롯이 내 몫이 되었다. 녀석들의 고도의 술수 일지 몰랐지만 아이들이 분리수거하면 성에 차지 않았다. 지구를 위한 일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잔소리를 또 한바탕 늘어놓아야 했기에,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마음 편했다. 몸과 입 중에 몸이 힘든 걸 택한 셈이다. 게다가 분리수거는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하기에 다소 위험이 따랐다. 분리수거가 위험하다고? 생뚱맞은 말로 들릴 테지만 사실이 그랬다. 플라스틱(PET) 생수병이나 음료수병의 경우 라벨을 제거하고 버려야 했다. 그런데 라벨 떼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어떤 제품은 절취선이 있어 잘 뜯기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제품은 손톱으로 쉽게 벗겨낼 수 있었지만, 일부 제품들은 강력 접착제로 붙였는지 가위를 사용해야만 했다. 잘 떼어지지 않는 라벨을 가위로 벗기다 손바닥을 몇 번이나 그었다. 피가 철철 넘쳐 응급처치를 한 건 아니었지만 가위가 손등을 지나가던 순간에는 등골이 오싹했다. 살짝 피 난 적도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위험천만한(?) 재활용품 분리수거는 내 수중에 떨어지게 되었다.


일주일 동안 모인 재활용품은 언제나 수북했다. 우리 한 집만 해도 이렇게나 많은데 우리 단지, 우리 마을, 우리 도시, 우리나라, 전 세계에서 토해내는 재활용품이 얼마나 될까 싶어 아연실색했다. 이 많은 재활용품들이 정말 재활용될까 궁금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재활용률이 높다는데(약 70%), 그럼 도대체 다른 나라는 어떤 수준일까 하는 궁금증도. 재활용품을 줄이기보다 아예 만들지 않으면 어떨까에 생각이 미치면, 얼른 그런 기술로 특허를 따내 벼락부자가 되어볼까 싶기도 했다. 지구도 지키고 부와 명예도 얻고 일석이조 아닌가. 쭈그리고 앉으니 또 복부 압박이 심해진다. 정신 차리라는 몸의 시그널. 다시 분리수거에 몰입한다.


우리 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재활용품은 단연코 비닐 포장재이다. 오염되지 않은 비닐 포장재는 수시로 버릴 수 있어 보통 2~3일에 한 번씩 처리하지만 매일 수북수북 쌓였다. 이것만 절반으로 줄여도 노벨상 수상이 유력해질 텐데 싶다. 다음으로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알루미늄 캔, 빈 병 순이다. 알루미늄 캔은 주로 맥주, 빈 병은 아내가 좋아하는 박카스다. 여지없이 쭈그리고 앉아 플라스틱 음료수 병에서 라벨을 제거했다. 여지없이 라벨이 잘 안 떨어지는 제품들이 있다. 이런 제품은 다시는 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래도 무심코 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 용기는 따로 빼내 설거지한다. 우유팩은 가위로 오린 후 물에 씻어 별도로 보관했다. 한 30분 품을 들여 재활용품들을 정리하자 마음도 덩달아 정갈해졌다. 이 맛에 분리수거하지 싶었다. 두 손이 모자랄 정도로 재활용품을 들고 단지 내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방금 전까지 상쾌했던 기분이 이내 씁쓸해졌다. 플라스틱을 모아 놓는 통에 맥주 캔이나 빈 병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음식물 찌꺼기가 그대로인 용기도 제법 많다. 가끔 헷갈려서 잘못 버릴 수는 있지만 이 정도면 귀찮아서 그냥 아무 데나 쑤셔 넣는 수준이다. 나만 정성 들여 분리수거하면 뭐하나. 그럼 혼잣말로 "도대체 누가 이렇게 엉망으로 분리수거한 거야?" 읊는다. 혼잣말이지만 누구 들으라는 듯 사자후를 내뱉는다. 이런 모습이 스스로도 꼰대처럼 느껴지지만 참지 못하는 건 참지 못한다.


가끔 이런 건 어떻게 버려야 하지 궁금할 때가 있다. 솔직히 우리나라 분리수거 난도는 불수능만큼 맵다. 이것이 재활용률을 높이는 원동력일 테지만 아무튼 어려운 건 사실이다. 말 나온 김에 최근 책에서 본 착각하기 쉬운 몇 가지 분리수거 팁을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김나나 작가의 '지구별을 사랑하는 방법 100' 참고)


거울, 깨진 유리, 도자기류, 유리 식기류는 '유리병류'가 아니다. 종량제 봉투나 전용 마대에 버려야 한다.

알약 포장재나 카세트테이프 등 여러 재질이 섞여 있어 분리가 어려운 제품도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알루미늄 호일(쿠킹 호일), 은박 도시락, 은박 접시는 고철이라고 쓰인 수거함에 넣어야 한다. 단, 음식물이 묻어 있다면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택배 상자는 테이프를 제거하고 배출해야 한다.

음식물이 많이 묻은 스티로폼은 쪼개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솔직히 꼼꼼하게 분리수거하려면 귀찮을 때가 더 많다. 그냥 아무렇게나 버리고 싶은 유혹이 왜 들지 않을까. 남들도 안 하는데 뭐 너만 유별나게 그러냐 싶을 때도 종종 있다. 가끔은 라벨을 떼지 않고, 음식물을 깨끗이 씻지 않고 버리기도 한다. 국민학교 때 새로 산 크레파스를 학교에 가져간 적이 있었다. 늘 누나들이 쓰던 크레파스만 물려받았던 터라 아끼고 아껴 썼다. 미술 시간에 짝꿍이 내가 잘 쓰지 않는 색을 빌려달라고 했고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던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빌려 주었다. 미술 시간이 끝날 때쯤 돌려받았는데 새 크레파스가 삼분의 일이나 줄어들어 있었다. 헌 크레파스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집에 와서 짝꿍 욕을 엄청 해댔다. 새 크레파스는 새 크레파스로 돌려주는 것이 국룰 아니던가! 하물며 크레파스도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지구'라면 각별히 신경 좀 써야 하지 않을까? 잠시 빌려 쓰는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한 세대가 무슨 권리로 망가뜨려 놓겠는가. 다시 열심히 분리수거하리라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나저나 막무가내로 쓰레기 버리는 주민들에게 어떻게 제대로 분리수거하는 방법을 전달할지 고민이 깊다. 문득 두통약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당신이 머리 아픈 건 남들보다 더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 운명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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