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또 기후 변화 이야기입니다
간밤에는 모처럼 비가 내리지 않아 창문을 열어둔 채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으스스했다. 새벽에 좀 추웠나 보다. 아내도 새벽 공기가 차가워 잠에서 깼다고 했다. 7월 초만 해도 푹푹 찌는 더위에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더니 장맛비에 뜨거운 대기가 좀 식었는지 더위가 한풀 꺾인 듯했다. 설마 이렇게 여름이 끝나는 건 아니겠지 살짝 걱정되기도 했다. "여름은 좀 더워야 제맛이지!"라는 게 사계절 중 여름을 유독 좋아하는 우리 가족의 지론이니까 이렇게 끝나면 서운할 터였다. 역대 최고 더위가 예상되리라는 기상청의 관측이 틀리기라도 한 걸까? 그래, 올림픽 신기록도 아니고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할 필요는 없겠지 싶었다. 그런데 웬걸. 풍선효과인 건가? 우리나라가 선선하니 지구 반대편이 후끈 달아올랐다.
예상 밖에 무더위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적색경보를 발령한 나라는 '신사의 나라 영국'이다. 7월 평균 기온이 20도 정도인 영국 런던이 지난주에 40도를 웃돌았다. 털끝만큼의 거짓말을 보태지 않아도 정확히 두 배다. 대구나 제주가 40도를 기록했다면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놀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위도상 유럽에서도 비교적 북쪽에 위치한 영국에서 40도는 대구의 40도와 차원이 달랐다. 뜨거운 열기에 선로가 뒤틀려 철도 운행이 취소되는가 하면, 런던의 한 공항에서는 무더위로 활주로가 부풀어 올라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다. 학교, 회사, 병원, 식당 등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영국 정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재택근무를 권장했지만, 영국의 일반 가정집에는 에어컨이 없다는 게 문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사하라 사막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보일러가 필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에어컨 있는 가정이 고작 5%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니 뜻밖에 폭염에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위급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폭염이 닥치는 속도다. 영국 기상청은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2050년에나 찾아올 것으로 전망했는데 올해 이미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무려 30년을 앞당긴 셈이다. 영국이 이 정도면 남쪽에 있는 프랑스나 스페인은 어떨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42도, 포르투갈은 47도를 기록하며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 상황도 심상치 않다. 전문가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왜 이렇게 지구가 자꾸 뜨거워지는지. 기후 변화 때문이다. 기후 변화의 주범은 지구온난화이고, 지구온난화는 인간 활동, 특히 화석연료를 태우는 다양한 활동의 산물이다. 또 기후 변화다.
모처럼 큰 마음먹고 책상에 앉아 공부하려는데 엄마가 "공부 좀 해라"라고 말하면 공부하기 싫어진다. 그게 사람의 본성이다. 기후 변화에 서둘러 무언가 대응하자고 자꾸 들쑤시면 더 하기 싫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보야, 문제는 기후 변화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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