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소설> 그녀를 추모하며...
모두가 활기차게 각자의 일터로 향하는 아침, 어깨를 축 늘어뜨린 미연은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고소한 향기에 이끌러 자신도 모르게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향기가 시작된 그곳에 거짓말처럼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담한 베이커리가 있었다. 매일 지나치던 길인데 그간 보지 못한 게 신기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연 순간, 갓 나온 치즈 식빵에서 퍼져 나온 온기가 4월의 봄바람처럼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밀린 생산량을 맞추느라 밤샘 작업한 후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하고 다시 일터로 향하던 그녀는 푸근한 실내 공기에 불끈 기운을 차렸다. 마음이 급해 제대로 아침도 챙겨 먹지 못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맛의 향연에 갑작스레 허기가 돌았다. 일터에서 매일 맡는 달큼하면서도 역한 냄새 때문에 빵이라면 입에도 대지 않았지만, 오늘은 왠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동료들과도 나눠 먹어도 좋겠다 싶었다. 이곳에 들어선 순간부터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을 이곳으로 초대한 치즈 식빵부터 트레이에 담았다. 때맞춰 그녀가 흥얼거리던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기분 좋은 우연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렸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콘 소보루 크림빵과 갈릭 고구마 페스츄리도 담았다. 단짝 친구 경희가 좋아하는 말랑 체다치즈 스틱과 왕크림 도넛도 잊지 않았다. 절친한 친구의 상쾌한 웃음소리를 떠올리자 그녀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위로 올라갔다. 입가심으로 그만인 쫄깃한 왕 꽈배기도 넉넉히 담았다. 트레이가 넘치도록 빵을 담아본 적이 언제였나 싶었다. 자꾸만 더 담고 싶은 마음을 추슬러 계산대에서 값을 치르려 하자, 핼러윈 마녀 복장을 하고 머리가 희끗한 주인이 개업 첫날, 첫 손님이라 무려 50%나 할인해 주었다. 게다가 개업 기념 미니 케이크도 챙겨주었다. 미연은 혹시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던가 아주 잠깐 착각했다. 어제를 ctrl+c 해서 내일로 ctrl+v 한 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완벽한 행복의 순간 역시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 있었다. 미연은 두 손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볍게 일터로 향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