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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지 않았다

by 조이홍

잠든 아내 곁에 슬며시 누웠다. 어둠 속에서도 이쁨은 빛을 잃지 않았다. 한참 동안 말없이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빛도 고요히 잠든 시간이지만 갈수록 윤곽이 선명해졌다. 비 온 후 맑게 갠 하늘 같은 사람이었다. 열정적인 붉은 장미기도, 가녀린 골든로드기도 했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평생을 함께 하리라 마음먹었다. 손에 물 한 방울 대이지 않고 살게는 못해주어도 고생은 시키지 않겠다던 다짐은 잘 지켜졌던가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절반은 그러했던 것 같다. 나머지 절반은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들이 똬리를 틀었다. 할 수 있는 한 더 잘해주고 싶었다. 곁에 있어준 것만으로 자격은 충분했다. 아내 손을 지그시 잡았다. 따뜻했다. 그 순간 날카로운 시# 음성이 적막을 깨웠다.


"잘 때 건드리지 말랬지!"


그랬다. 아내는 잠들면 '지킬 박사'로 변했다. 눈부시게 맑은 하늘도, 빨간 장미도 색 노란 골든로드도 사라졌다. 왜 우리 부부가 등 돌리고 자는지 새삼 깨닫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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