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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밤중에 詩

<죽음이 찾아오면> 메리 올리버

by 조이홍


When death comes like the hungry bear in autumn;

when death comes and takes all the bright coins from his purse

to buy me, and snaps the purse shut;

죽음이 가을의 허기진 곰처럼 찾아오면,

죽음이 찾아와 그의 지갑에 든 반짝이는 동전을 모두 꺼내

나를 사고, 지갑을 닫아버리면,


when death comes

like the measle-pox;

죽음이

호환마마처럼 찾아오면,


when death comes

like an iceberg between the shoulder blades,

죽음이

양 어깨뼈 사이의 빙산처럼 찾아오면,


I want to step through the door full of curiosity, wondering:

what is it going to be like, that cottage of darkness?

저 어둠의 오두막은 어떤 곳일까? 하면서.

나는 호기심 가득 안고 그 문으로 들어서고 싶어,


And therefore I look upon everything

as a brotherhood and a sisterhood,

and I look upon time as no more than an idea,

and I consider eternity as another possibility,

그리하여 나 모든 것들을

형제자매로 바라보지,

시간을 한낱 관념으로만 보고,

영원을 또 다른 가능성으로 여기지,


and I think of each life as a flower, as common

as a field daisy, and as singular,

그리고 각각의 삶은 한 송이 꽃, 들판의

데이지처럼 흔하면서도 유일한,


and each name a comfortable music in the mouth,

tending, as all music does, toward silence,

그리고 각각의 이름은 입안의 편안한 음악,

모든 음악이 그러하듯, 침묵으로 이어지는,


and each body a lion of courage, and something

precious to the earth.

그리고 각각의 몸은 용감한 사자, 그리고

땅에게 소중한 것.


When it's over, I want to say: all my life

I was a bride married to amazement.

I was the bridegroom, taking the world into my arms.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어, 평생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이었노라고.


When it's over, I don't want to wonder

if I have made of my life something particular, and real.

I don't want to find myself sighing and frightened,

or full of argument.

삶이 끝날 때, 나는

특별하고 참된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의심하고 싶지 않아.

한숨짓거나 겁에 질리거나 따져대는

나를 발견하고 싶지 않아.


I don't want to end up simply having visited this world.

그저 이 세상에 다녀간 것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




3월 31일, 경기 남부 책방지기 모임 '책사공'에서 진행하는 '책사이(온라인 독서모임)' 선정 도서는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입니다. 지난해 연말에 한 해를 마감하는 책으로 읽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감동받으며 읽었더랬습니다. 마침 이번 독서모임은 제가 진행하는 터라 평소 관심 많은 기후 위기 관련 책(6도의 멸종)을 할지, 이 책으로 할지 고민하다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책방지기님들 의견을 받아들여 김연수 작가의 소설로 정해버렸습니다. 삶도 퍽퍽한데 독서 모임도 팍팍할 필요는 없겠지요. 책 말미 '작가의 말'에 "아 좋다"라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왔다는 김연수 작가의 말을 듣고 메리 올리버의 시 <죽음이 찾아오면> 전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저도 역시 "아, 정말 좋다"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죽음에 관한 시지만, 단언컨대 이 시는 '가슴 뛰는 삶'에 대한 찬가입니다.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면 작은 목소리로 읊조려 보아도 좋겠습니다. 혹시 아나요, 내일은 오늘과는 다른 하루가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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