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텐스 열 단어 소설
4월 1일, 언제부턴가 만우절이라는 날보다 믿고 싶지 않은 거짓말로 우리 곁을 떠난 장국영(Leslie Cheung)을 추억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이번 센-텐스 열 단어 소설은 장국영을 기억하며 그의 작품인 '아비정전' 대사를 오마주해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아비(장국영)는 수리진(장만옥)에게 함께 1분만 시계를 보자고 합니다. 아무 말없이 말이죠. 아마 장국영이 아나리 저 같은 사람이 그랬다면 당장 신고당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 1분으로 아비는 수리진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결국 그녀는 평생 그 1분을 잊지 못했습니다. 사실 열 단어 소설에는 '주어'가 없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그 1분을 오래도록 기억한다면 영화는, 현실은 해피엔딩일 테죠. 하지만 아비정전에서도, 현실에서도 1분을 기억하는 건 언제나 한쪽뿐입니다. 그게 삶의 비극일 테죠. 그런 의미에서 장국영의 죽음은 남겨진 자들에겐 비극이지만, 떠나간 그에게는 희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렇게 매해 4월 1일이면 많은 이들이 그를 기억하려 노력하니까요. 죽음 이후에도 오래도록 사랑받는 그는 '불멸'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에로의 재담' 같은 아이러니가 바로 우리네 삶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합니다.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인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