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이쿠, 아이쿠

by 조이홍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는 5·7·5 열일곱 자로 된 한 줄의 정형시입니다. 약 450년 전 일본에서 시작되었으나 오늘날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장자를 비롯해 많은 시인들이 자국의 언어로 하이쿠를 짓기도 합니다. 짧고 함축적이기에 작품에 내포된 의미를 독자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독서가 기본적으로 그러하듯 각자의 경험과 배경 지식이 열일곱 글자와 만나면 각각의 우주가 탄생합니다. 때로 그 우주는 아주 미세하고, 또 때로는 무척 광활하기도 합니다. 밤바다처럼 고요하기도 하고 불타는 장작처럼 격정적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하이쿠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까닭입니다. 인류가, 일본 정부가 지구와 해양 환경에 아주 몹쓸 '짓'을 해버린 역사적인 오늘, 일본의 전통 시 하이쿠 한 수가 연작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이쿠는 1행으로 쓰거나 운을 구분하기 위해 3행으로 씁니다. 저는 3행으로 지어 보겠습니다.


우럭 한 마리

후쿠시마 바다에

잠들어 있다


큼지막게 썬

우럭회 한 접시에

소주…, 아이쿠


누군가 제게 앞으로 생선이나 해산물을 먹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앞으로 제 아이들에게 생선이나 해산물을 먹이겠냐고 물어보면 "아니요"라고 답하겠습니다.

미래 세대에게 잠시 빌려 쓰는 하나뿐인 지구, 우리 기성세대들이 염치가 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