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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Aug 03. 2024

모나리자의 마지막 미소

<한뼘소설> 28화

 "진짜 할 거야, 제롬?" 

 "두 말하면 잔소리지. 이런 차림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못할 것도 없지. 넌 다치면 안 되니까 그만 돌아가도록 해. 휠체어 탄 장애인 여성에게는 모두 친절한 법이니까. 여긴 파리잖아. 저기 저 잘 생긴 경비원이 날 모나리자 앞까지 밀어줄 거야. 그러니 어서 돌아가."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잖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작품을 훼손하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그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보다 많은 사람과 공감하려는 우리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네 말이 옳아, 쥴리아. 우리에게 시간이 많다면 나도 이런 선택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야. 너도 5월의 파리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잖아. 청명한 날씨에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고. 하지만 그런 행복은 지난해가 마지막이었는지 몰라. 8월 기온이 지난 해 보다 5도나 올라갔어. 인도나 스페인의 몇몇 해안 도시들은 파리보다 훨씬 심각하고. 지구는 계속 경고하고 있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그런데도 각국 정부나 기업들은 미온적인 태도만 보일 뿐이야. 수십 만 명이 죽어나가는 것보단 이 방법이 훨씬 인간적이라고 생각해.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려야지, 불편한 진실을. 게다가 총으로도 깨지지 않는 단단한 방탄유리 안에 있는 모나리자를 무슨 수로 망가뜨리겠어. 붉은 페인트는 경고 메시지일 뿐이야." 

 "좋아. 그럼 나도 함께 할게. 그 편이 자연스러울 테니까."

 휠체어를 미는 쥴리아의 두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따뜻한 제롬의 손이 가녀린 손을 덮었다. 어쩌면 두 사람의 미래는 곤혹스러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시련이 닥칠 터였다. 중요한 건 이번에 맞이할 재난은 남녀노소, 부자나라나 가난한 나라도 가리지 않으리라는 사실이었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긴 숨을 내쉬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려고 스마트폰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사람들 틈에 합류했다. 평소보다 많은 관람객 탓인지 좀처럼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다행히 몇몇 관람객이 휠체어가 눈에 띄자 길을 내주었다.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초상화 앞에 간신히 도착한 두 사람. 순간, 제롬이 휠체어에서 뛰어내려 무릎 담요 안에 숨겨 두었던 붉은 페인트를 여인의 미소를 향해 흩뿌렸다. 숨 막히는 정적. 너무 긴장한 탓에 두 사람은 알아채지 못했다. 왜 평소보다 많은 관람객이 구름 떼처럼 몰려 있는지. 며칠 전 반전 구호를 외치던 청년 둘이 방탄유리에 검붉은 스프레이를 뿌린 탓에 오늘하루는 방탄유리 없는 모나리자의 미소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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