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소설> 29화
“치즈, 엄마 왔다. 문 앞에 간식이랑 생필품 잔뜩 왔는데 좀 들여놓지 그랬어?”
미연은 두 손 가득 택배 박스를 들고, 부족한 손을 대신해 한 발로 박스 하나를 툭툭 치며 현관 안으로 겨우 밀어 넣었다.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기에도 버거운 허름한 창문이 딸린 반 지하 원룸이 세상에서 유일한 그녀의 안식처였다. 어둑한 방안에는 미처 달아나지 못한 정적만이 방황했다. 미연은 택배 박스를 내려놓고 얼른 스위치를 켰다. 햇빛을 피하는 흡혈귀처럼 부리나케 꽁무니를 빼는 녀석들. 미연은 어둠이 싫었다. 정적도. 이쯤 되면 온종일 혼자 노느라 지쳤다며 수십 번도 더 짜증 낼 치즈가 어째 잠잠했다.
“치즈야? 우리 치즈 어디 있어? 오늘은 또 얼마나 삐진 거야?”
다른 엄마들만큼은 못 해주어도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해요'라는 SNS 댓글을 보고 큰마음먹고 장만한 원목 캣타워에도, 미연의 땀내가 흠뻑 밴 오래된 후드 티로 만든 방석에도 치즈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엄마한테 혼나면 슬픈 얼굴로 작은 몸을 동그랗게 말아 숨곤 하던 빨래 바구니 안도 텅 비었다. 그 순간 낡은 나무 책상과 어울리지 않는 북유럽 스타일의 회색빛 프레임 안에 조용히 앉아 있는 치즈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눈물 한 방울이 '뚝' 하고 떨어졌다. 마치 마중물을 기다렸다는 듯 왈칵 쏟아지는 눈물. 미연은 재빨리 스위치를 끄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난주 무지개 동산으로 떠난 치즈에게 울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엄마 혼자서도 꿋꿋하게 버티겠다고. 내뺐던 어둠이 슬그머니 미연을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