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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Jul 28. 2024

천국 베이커리

<한뼘소설> 27화

모두가 분주하게 각자의 일터로 향하는 이른 아침, 양쪽 어깨가 축 늘어진 미연은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이 이끌렸다. 세상의 모든 고소한 풍미를 한데 모은 듯한 아찔한 향기가 시작된 곳에 거짓말처럼 천국에나 있을 법한 아담한 베이커리가 문을 활짝 열고 그녀를 기다렸다. 가끔 지나가던 길인데 그간 눈에 띄지 않은 게 신기했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발을 내디딘 순간, 갓 나온 치즈 식빵에서 퍼져 나온 열기가 8월의 열풍처럼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밀린 주문량을 맞추느라 밤샘 작업한 후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하고 다시 공장으로 향하던 그녀는 후끈한 공기에 번쩍 정신을 차렸다. 급한 마음에 아침도 챙겨 먹지 못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맛의 향연에 갑작스레 허기가 돌았다. 일터에서 매일 맡는 달큼하면서도 역한 냄새 때문에 빵이라면 입에도 대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빵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군침이 돌았다. 단짝 친구 경희를 비롯해 같은 조 언니들과 나눠 먹으면 좋겠다 싶었다. 선미의 <Balloon in Love>를 흥얼거리며 열기가 식지 않은 치즈 식빵부터 트레이에 담았다. 때맞춰 흥얼거리던 <Balloon in Love>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기분 좋은 작은 우연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렸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콘 소보루 크림빵과 갈릭 고구마 페스츄리도 담았다. 경희가 좋아하는 말랑 체다치즈 스틱과 왕크림 도넛도 잊지 않았다. 친구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해 미연의 입꼬리가 저절로 위를 향했다. 입가심으로 쫄깃한 왕 꽈배기도 넉넉히 담았다. 팍팍한 형편에 트레이가 꽉 차도록 빵을 담아본 적이 언제였나 싶었다. 더 담고 싶은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값을 치르려 하자, 핼러윈 마녀 같은 괴상한 복장을 차려입고 머리가 온통 백발인 여주인이 첫 손님이라고 무려 90%나 할인해 주었다. 처음 겪는 행운에 어쩔 줄 몰라하는 미연에게 인심 후한 여주인은 미니 케이크까지 2개 챙겨주었다. 어제를 복사해서 오늘로 붙여두기 한 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 오늘은 달랐다. 완벽한 행복이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 있었다. 미연은 자신의 행운을 함께 나눌 절친과 다정한 언니들을 떠올렸다. 고달픈 인생이라도 이 정도면 살아갈 만하다 싶었다.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그때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웃음이 자꾸 입가에서 새어 나왔다. 


"미연아, 미연아, 정신 차려! 언니 라인 멈춰. 미연이가 쓰러졌어. 사람 좀 불러 줘. 여기 사람이 쓰러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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