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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Feb 25. 2020

나는 읽기로 결심했다

독서를 향한 이유있는 변명  

  2017년 비트코인이 도화선이 되어 이른바 암호화 화폐 광풍이 온 나라를 들썩였다. 직장인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생, 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도 암호화 화폐를 거래한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나도 그 열풍의 끝자락에서 소액 투자를 했다. 상투 끝을 잡은 터라 그 소액마저도 거의 바람에 실어 날려 보냈다. 단 돈 천 원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세상살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암호화 화폐라는 누가 들어도 귀가 솔깃해질 만한 뉴스를 처음 접한 후 바로 투자를 했더라면 어마어마한 수익은 아니더라도 꽤 높은 수익을 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적어도 본전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그 정보를 처음 접한 것은 암호화 화폐 광풍이 불기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암호화 화폐를 사지 않고, 서점으로 달려가 암호화 화폐 관련 책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 화폐 전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두 권 구입했다. 내 소중한 돈을 아무것도 모르는 대상에는 투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암호화 화폐에 대한 지식은 쌓았지만, 돈은...... 아이러니다. 


  투자를 하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왜 책을 읽는지를 생각해 보다 아주 극단적인 예가 떠올랐을 뿐이다. 자문자답(自問自答).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우리 나이로 벌써(이제) 40대 후반이 된 나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책을 읽는다. 물론 간단한 궁금증은 집단 지성을 이용하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인이나 나무 위키를 참고한다. 하지만 집단 지성의 도움은 딱 거기까지만 이다. 진짜 공부가 필요한 것들은 책을 통해 배운다. 처음 직장에 들어가 영업을 2년 정도 하다가 마케팅팀으로 발령이 났다.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던 나는 마케팅 원론부터 시작해 수십 권의 마케팅 책을 사들여 읽고 또 읽었다. 그 후로도 막힌 업무가 있으면 책에서 많은 힌트를 얻어 활용하기도 했고, 경영진에게 보고하기 위한 문서를 작성할 때는 책에 있는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때만큼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더 적은 없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내 삶(일)과 직결되었다. 


  역사를 전공했지만 역사 관련 책은 졸업하고도 많이 읽었다. 궁금하고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서 읽은 책들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궁금해서, 인간의 뇌가 궁금해서, 인간의 행동이 궁금해서 책을 찾아보고 읽었다. 어떤 것들은 아주 유용했고, 어떤 것들은 그저 읽는 것이 전부이기도 했다. 그래도 궁금함을 풀어가는 과정이 언제나 즐거웠다. 


  고전을 포함해 소설을 읽는 이유는 재미와 감동 때문이다. 영화도 무척 좋아하지만 책은 또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텍스트를 통해 입력된 정보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상상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영화의 장면들은 눈을 통해 보지만, 책은 눈과 함께 상상력으로 본다. 어떤 책들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점점 얇아지는 아직 읽지 않은 페이지들을 보며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모든 책들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책들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모두가 잠든 밤 작은 독서등에 의지해 홀로 책을 읽으며 벅찬 감동에 빠지기도 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 발표날을 기다리는 것처럼,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재미, 그 기다림의 미학도 즐길만하다. 


  준, 규 형제들의 책 읽기가 시들해진 요즘은 청소년 권장도서로 나온 책들을 아이들이 읽기 전에 먼저 읽어 보기도 한다. 청소년 도서로 분류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참 좋은 책들이다. 사실 청소년 인기도서를 도서관에서 빌리는 일은 쉽지가 않다. 예약자가 많기 때문에 오래 기다려야 한다. 우리 집은 주로 중고서점을 이용해 청소년 도서를 구입하곤 한다. 내가 가입한 독서 관련 카페를 보면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계속 책을 읽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부모들의 글이 많이 올라온다. 지혜로운 부모들의 노하우가 많이 공유되었는데 그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는 방법이 온 가족이 함께 독서를 하고 '독서 충실도' 문제를 만들어 함께 푸는 것이었다. 작은 상품을 선정해 재미의 요소를 추가하고 엄마, 아빠도 함께 읽고 문제를 푸는 것이라 가족 이벤트로 만들 수도 있다. 부모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냥 책 읽으라고 아이들을 닦달하면 '네'하고 읽는 아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책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을 하려면 부모도 함께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집도 조만간 제1회 가족독서회를 진행해 볼 참이다. 


  2019년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독서인구는 50.6%로, 2013년 62.5%였던 것이 꾸준히 감소하였다. 이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예전처럼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요즘은 다른 매체를 통해서 충분히 배울 수 있다. 게다가 책 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그럼에도 나는 아직 책이 좋다. 재미있다. 울컥하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우리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함께 또 읽는다. 아직은 책에게 안녕이라고 작별을 고할 시간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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