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 일상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어디서 여행을 하고 오던 늘 익숙한 느낌이 있다. 땅에 두발을 완전히 붙이고 있지 않은 상태, 마치 어딘가 붕붕 떠있는 느낌, 비행기가 착륙하듯 공중에서 땅으로 서서히 내려오는 이 기분.
공항을 벗어나면 고속도로 101을 타고 북쪽으로 족히 1시간은 가야 마린 카운티라는 우리 동네가 나온다. 캘리포니아 햇살이 가득한 금요일 오후, 11시간이라는 긴 비행 탓에 피곤한 몸을 버스에 싣고 내 마음을 살펴본다.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여행에서 돌아와 일상에 적응하는 시간에 있다. 3주 만에 밟아보는 캘리포니아 땅. 너무도 익숙한 고속도로와 건조하고 시원한 여름 공기도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아직도 내 일상에 꽉 맞춰져 있지 않은 상태, 제삼자가 내 일상을 염탐하듯 새로워서 달콤하다. 내가 없던 내 집에 도착하니 괜스레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한국에는 늘 모든 게 많다. 가게에는 물건들이 꽉 차 있고 어디를 가건 사람들이 북적인다. 손 내밀면 다른 사람들의 몸이 닿을 듯 가깝다. 가성비 좋은 식당들이 즐비하고 카페도, 노래방도 놀 곳이 수두룩하다. 3주를 보내면서 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은 아예 없었다. 미국에서는 스케줄을 잡고 노력을 해야 사람을 만나는데, 한국에서는 어딜 가나 그냥 다들 함께 존재한다.
텅 빈 집에 도착하니 한국에서의 시간이 그립다. 눈물 나도록 날 맞아주고 챙겨준 가족들, 주저 없이 그 먼 송도에 찾아와 준 고마운 친구들, 미국에서 입으라며 고운 한복을 사준 언니의 마음, 딸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아빠의 얼굴, 엄마를 꺾으려는 유권이에게 호통을 치는 형부의 용기, 오랜만에 만난 88년생 조카의 일상... 내가 나임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시간들.
그 시간들을 뒤로하고 내 일상에 서서히 자리를 잡는다. 텅 빈 냉장고를 채우고 유권이와 동네 산책을 하면서도 나는 아직 부유 상태. 일상과 여행사이에 마치 색안경을 낀 것처럼 내 일상이 자꾸 마음에 걸려든다.
유권이가 아빠에게 가고 나니 또다시 혼자다. 또 일상이 굴러간다. 그렇게 내 일상에 착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