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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함수 May 14. 2018

위기 때마다 왜 그런 행동의 결정을 할까?

명성리스크, 나를 버릴 수록 회복탄력성은 높아진다

"왜 그런 판단을 했을까?"

지난 평창 올림픽 팀추월 경기 이후 김보름과 감독은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 미투 사건과 관련해서 이윤택, 조민기, 김소희은 왜 상황을 그렇게 대응 했을까.

위기에 직면하면 우리에게 어떤 판단 기제가 작동하는가? 이 부분에 단초를 주는 이론은 대니얼 카너먼의 행동심리학이다.
 
사람은 언제나 2가지의 사고체계의 충돌과 융합으로 인지하고 행동한다. 빠른 직관과 느린 이성이다. 카니먼 교수는 이 두 개의 사고체계를 유발하는 주체를 시스템1, 시스템2로 말하고 있는데, 흔히 시스템1 의 빠른 직관이 우리의 경험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해 선택과 판단을 조정한다고 지적한다. 그 작동방식으로 우리는 오류를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위기상황에서 매번 보이는 유사한 선택과 판단으로 위기는 증폭되고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느린 이성'적 판단보다 '빠른 직관'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미 입력된 정보와 경험 이상의 신념, 자신에 대한 믿음, 평상시 판단의 근거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Anchoring effect (닻내림 효과)라고 말한다.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듯, 한번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인 기준이 되어서 이후 판단을 할 때 계속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제3자가 어떻게 보는가, 공중이 어떻게 인식 할 것인가,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가를 해석할 여유와 인지적 능력을 순간 상실하게 된다.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하고 판단한다. 그래서 벌어진 정황 중 일부를 부정하고 일부는 축소한다. 의견을 구하더라도 상황과 정황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거나 법전의 근거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당사자가 아니며, 이해관계자가 아니다.

선택과 판단이 '희생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기준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사고기준 (Frame of Reference)를 변경해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볼 때는 그들은 부정적이며 공격적이다. 그건 내가 상대를 보는 인식일 뿐이다. 부정적 감성을 공감적 지성으로 감싸 안아야 하며, 공분을 인정해야 한다.


공격자를 공격한다. 상황을 부정한다. 피해자도 잘못한 것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만약 ... 한다면’ 식의 조건부 사과를 한다. 또는 무조건 사과하면서 정작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말하지 못한다. “그러 했던 것같다”식으로 추측하고 수동문을 쓴다. 본인이 왜 그랬는지 본인도 모른다고 말한다. 정작 당사자는 없는데, '국민'에게 고개를 숙인다. 본인이 '법적 절차'를 말한다.

공개적으로 사과를 할 때,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이라도 '올바른 일(Right Thing)'를 하는 것이다.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는게 더욱 중요하겠지만, 어느 순간 실수이든, 고의이든, 계획적이든, 지금 벌어진 일을 놓고 '거래'를 하면 안된다. 나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나에게 더욱 유리한 근거를 법적인 절차로만 고려해서는 상황을 해결해 나갈 수 없다. "당신의 반성을, 진정성을 보여줘"라는 말이 가혹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언론의 뭇매가 아니라 희생자, 피해자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대신해는 것이다. 피해자가 용서하는 것이고 사과를 받아 드리는 것이다. 사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먼저 누구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왜 그들은 그런 판단을 했을까? '나'를 중심으로, '나의 입장'을 중심으로, 직관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너를 중심으로, 너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먼저 보호하기 마련이다. 역설적으로 명성리스크에서 스스로를 보호할수록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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