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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함수 May 08. 2018

1편: 명성(Reputation)의 진짜 얼굴

어떻게 하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을까

'명성(Reputation)'이 정말 중요합니까?라고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라고 답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주체와 관계없이 '명성'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명성'은 평상시에 보이지 않는 무형적 가치입니다. '재무제표' 상에도 나오지 않는 것이지요. 조직의 역할과 기능에서 관리의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결국 '손상'되었을 때, 직면하는 '손실' 그리고 '회복'하기에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명성’ 자산을 고려하거나 취약한 부분을 진단해서 대응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에는 그 가치와 의미를 알기 어렵지요.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인해서 정보는 다양해질뿐 아니라 투명해졌습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누구나 정보를 원한다면,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기업 조직에게 보다 투명하고 진솔되기를 바랍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질은 당연히 지불되는 금액만큼 유용한 가치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기대합니다. 기업이 마케팅을 하는 방식, 고객을 대하는 태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 조직 내부의 일하는 방식, 리더의 철학과 행동, 경영철학 등을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평상시 비즈니스 전개 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어떤 특정한 계기, 상황, 사안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됩니다. 사람들은 평상시 기업과 브랜드를 생각하고 관심과 주의를 집중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명성과 위기관리의 함정입니다. '평상시' 관리하고 준비해 놓아야 할 영역 임에도  불구하고 그 '평상시' 중요하게 느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명성 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나의 명성'은 사실 '내 것' 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명성은 내가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남이 나를 보는 것의 총체이죠. 명성의 또 다른 표현으로 '평판'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남이 나에게 해주는 좋은 이야기(good stories)'입니다.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입니다. 그것은 고정적인 신념체계와는 다릅니다. 맥락에서 변합니다. 특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체들과 상호 경험의 공유 폭이 넓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명성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은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옮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나를 바꾸는 것이죠. 나를 진화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명성관리' 기획을 10회 연재합니다.


도대체 명성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사전적으로 명성이란 무엇인가를 정리해 보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 정의가 암시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우리는 명성을 '이미지'로 유사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루닉과 발머의 경우, 이미지는 상징적 관계를 의미해 피상적이고 조작 가능한 개념으로 명성과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명성은 오랜 기간 행동을 통해 쌓여 가는 실체적 관계이며 조직의 전체적인 특성을 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차희원, 2013) 


반면, 기업 조직의 명성관리를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인  폼브런(Fombrun, 1996)은 기업 평판은 기업을 둘러싼 공중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회사의 능력에 대한 인지적 반응이라고 했다. 그것은 감성적 반응과 이성적 판단의 통합적 합이라고 말한다.  

 

명성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인식'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이 우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총합'이라는 점이다. 명성은 '보는 사람들의 눈 (the eyes of the beholder)"에 있다는 사실이다.  


명성의 진짜 얼굴은 이 정의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탐색해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명성에는 6가지의 숨은 표정이 있다. 


명성은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생각하고 있는 것, 그 모든 것들의 총합이다. 


첫째, 당신이 당신을 인식하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명성은 정체성에서 시작되지만, 명성을 관리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를 생각하는 것, 평가하는 것을 관리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따라서 명성을 진단하고 측정할 때, 우리가 주창하는 것과 실제로 이해관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간의 차이를 살펴본다. 기업의 본질적인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행동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당연하며 중요하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이 꼭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제품의 브랜드 가치, 즉 마케팅 가치에 집중하면서도 기업 명성 가치를 살피고 보호하려는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다. 


둘째, 당신의 진실되고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의 실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보이는 모습을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왜 우리는 그렇지 않은데, 이상하게 우리를 평가하지? 이상한 사람들 아냐?"라는 생각에서 명성관리를 본다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분명 실제와 다르고 사실이 아닌 것을 인지하고 기억해 낼 수 있다. 인식하는 사람들의 각자 입장에서 이해관계를 고려한 생각들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지적할 수 있다. 그런 관점이 명성을 관리해 나가는 데 큰 장애요인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보여주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그 원인과 이유를 추적해 나가야 한다. 문제를 진단하고 대응 로드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 이루어내는 성과와 일련의 비즈니스 행위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되어야 한다.

셋째,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당신을 바라보고 이해관계자들이 다른 방식으로 당신을 인식하게 되면, 분명 당신의 명성은 변화가 될 것이라는 사실도 내포하고 있다. 즉 명성은 기본적 속성이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혹자는 명성관리를 한다고 해도 위기가 발생하면 그 명성은 한순간에 다 없어진다는 말을 한다. 평상시 명성관리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명성이 없는 기업은 위기가 발생하면 그 손실과 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될 것이다. 평상시 어떤 명성관리 계획을 수립해 놓았는가는 조직 구성간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일이다. 명성 계획은 잠재적인 이슈를 구체화하고 사전 방지 계획과 대응 기준을 마련하는 이슈관리와 연결되어 있다. 명성 체계는 기업 조직을 구성하는 기능을 조직적 관점에서 벗어나 인식적 관점에서 검토하는 기회를 제공하다.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혁신, 협업, 소통, 공감의 소프트 스킬을 평가하고 살펴보는 것이 된다.


넷째, 명성은 행동적 실체와 연결되어 일정한 시간에 이해관계자들에게 관여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에 의해 명성은 변하게 된다. 명성관리는 단순히 커뮤니케이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흔히 '기업 이미지 관리'라고 해서  '기업광고'의 크리에이티브로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많이 했다. 이제 사람들은 행위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 그 기업 광고가 말하고 있는 메시지를 그 기업의 행동적 실체와 연결시켜 생각한다. 명성관리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올바른 행위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다섯째, 그래서 명성관리를 위해서 이해관계자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탐색하는 것은 명성관리의 시작이다. 기업은 자사만의 이해관계자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두어야 한다. 계획에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도 필요하지만, 먼저 조직 내부에 기능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이해관계자 인식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와 자료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책임과 역할을 설정하고 조직 어디에겐가 부여해야 한다.  


여섯째, 이해관계자들이 이전에 그렇게 믿고 있던 것보다 나쁘다고 생각되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명성이 변한다. '기대 관리 (expectations management)'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인식을 좀 넓게 보면, 사회적 맥락과 연결된다. 기업은 5년 전, 10년 전 동일한 성과와 행위를 했을 때 받은 평가나 시선을 지금 이 시점에서는 뭇매를 맞는다. 본인에게 특별히 피해를 준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그릇된 행위를 발견했을 때, 그들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그 사실을 알리고 비난하고 화를 낸다. 기업에 대해서 기대하던 수준이 무너졌을 때, 오히려 더욱 격분하고 비판을 가하게 된다. 반면, 기대했던 것 이상의 무엇을 행동했을 때, 사람들은 분명 그것을 인정하고 공유하며 강한 충성도를 보인다.


마침 이 연재를 기획하고 시작하는 날,  '대한항공'는 명성 리스크에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터질 것이 터졌다" 이  한마디의 반응이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도 아니다. 오너 리스크도 아니다. 이것은 잘못된 경영의 리더십 문제이다.


‘당신이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what you see is all there is)’란 함정에 빠져 잘못된 리더십을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문제이다. 만약 그런 행위를 했던 리더가 기업 오너와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조직 내부 규약과 정책은 무엇인가? 만약 그것이 있다면,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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