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임신이고, 숙직은 못 빼드려요.
임밍아웃을 빨리 할 수밖에 없어던 이유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임신과 임신의 유지, 출산이 또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 이미30대 중반의 나이이기에 주변의 지인 친구들을 통해서, 많은 일들을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 어떤 쪽에 속할지는 첫 임신이기에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임신 후 확실한 안정기에 들기까지는 친한 친구는 물론 부모님께까지 비밀로 하는 사람들을 꽤나 많이 보았다.
나도 그러고싶었다. 가족은 그렇다치고, 회사에는 가급적 늦게 알리고싶었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었기에, 준비되지 않은 몸이었고, 그래서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그럴수 없었다. 왜냐면 나는 8월 중순에 임신을 알았고 바로 그다음주에 회사에서는 을지훈련을 앞두고 있었고, 또 나는 을지훈련 기간에 숙직마저 당첨되어, 밤샘 근무를 해야했기 때문이다.(을지훈련의 경우에도 부서내에서 돌아가면서 새벽에 출근하여 밤샘 근무를 해야한다. )
기다렸다가, 주말에 병원에 가서 최종 확인을 하고 싶었지만,하루라도 빨리 회사에 알려서 숙직 및 을지훈련 상황을 정리해야 했기에, 다음날 바로 오전 반가를 쓰고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확인서를 받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임신 초기 착상이 늦어져, 아기집 확인이 아닌 혈액검사로 임신 확인을 한 경우, 임신확인서 발급이 어렵다고 한다. 임신확인서는 꼭 아기집 확인이 되어야 받을수 있다고.)
숙직을 빼기위해 부랴부랴 받아온 임신 확인서
그리고 부랴부랴 출근해서 우선 팀장님과 과장님께만 말씀을 드리고, 숙직을 담당하는 부서로 연락을하여 말을했다.
'저 다음주 숙직인데, 임신 사실을 최근에 알아서요~ 숙직을 빼주실 수 있을까요??'
'본인이 대체하실 분을 구하시던가, 그렇지 않으면 숙직을 빼드릴수 없어요.'
(물론 임신한 여성은 숙직, 일직의 대상이아니다. 보통 숙직 일정은 한달전-1주일전에 나오는데, 그전에 담당 부서에 고지를 했을때라는 것을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
응?? 임신은 임신이고 숙직은 못빼준다고? 대체자를 구하든, 민폐를 끼치고 알아서 쉬든, 알아서 하라고???
물론 평상시라면 알아서 스스로 대체자를 구하라는 말이 그렇게 의아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그때는 '을지훈련'이라는 특별한 상황이 함께 있었다. 5일의 기간동안 모두 돌아가면서 밤샘근무를 하는데, 누구에게 나를 위해 또 한번의 밤샘근무인 숙직을 부탁하라는 말인가? 그리고 밤샘근무를 하면 다음날 쉬는 근무표이기에 나의 숙직일정에 꼭 맞는 사람을 찾는것 부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전 구청직원의 을지훈련 근무표를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고,, 우리부서에 한두명 정도만 나의 숙직과 근무표가 맞았단 말이지;;)
'아 그럼, 제가 숙직 대체자를 구하면, 그분의 을지훈련 밤샘 근무는 빼주시는 건가요??'
'아니요, 그건 제 소관이 아니라서요. 그것도 알아서 하셔야해요'
'아니 평상시도 아니고,을지훈련 기간에 대체자를 어떻게구하나요? '
'알아서 하셔아해요. 정 힘드시면 숙직할때 같이 근무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세요'
... 이렇게 무책임 할 수가... 그녀의 무책임함에 나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숙직이 무슨 1년에 한번있는 행사도 아니고, 매일 이루어지는 일인데, 예비인력 정도는 담당부서에서 당연히 늘 준비했어야 하는것 아닌가...(담당자도 담당자지만,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 분명히..)
아니 그리고 뭘 다 알아서 하라는건가... 모든 사람이 다 알아서 할꺼면 도대체 담당자는 왜 존재하는건지...
그리고 출산율 타령하더니... 공무원 조차 회사에서 이렇게나 임산부를 배려해주지 않는다니...
혹시나 해서 전화해본 을지훈련 담당 부서또한 나의 일정 변경을 요청에 화를내며 절대 일정을 변경해 줄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였다.
그 숙직을 빼기위해 노력하는 3일의 시간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였다. 그때 막 입덧도 시작되기 시작하고, 그놈의 을지훈련때문에 나도 부서내에서 할일이 많은데, 숙직때문에 이리알아보고 저리알아보고, 또 계속 거절당하는 그 과정은 너무 괴로웠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때 자포자기 심정으로 어떻게되든 내가 숙직을 해버리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숙직을 뺴기위한 그 과정자체가 정말 너무 스트레스였기 떄문이다.
누군가는 밤샘근무 그냥 하면 되지않냐, 3교대로 일하는 임산부도 있다. 라고 말하겠지만... 솔직히 숙직은 3교대보다도 더 빡센 일정이다. (물론 2-3개월에 한 번만 하면 되지만)
공무원의 숙직이란 낮에쉬고 밤에 가서 하는 밤샘 근무가아니라 아침 9시에 출근하여 저녁 6시까지 모든 업무를 다마치고 다시 저녁 6시부터 그다음날 아침9시까지 근무하는 일정이다. 즉 24시간 내내 근무중인것이다. 게다가, 밤샘근무기간에 회사에서 잠만자는 숙직이 아니라, 그 밤기간 내내 들어오는 민원전화를 처리하고 떄로는 출동도 해야한다. (물론 취침시간이 있긴하지만 보통 최대 2-3시간 정도 잘수있고, 그나마 민원이 빗발치는 날에는 한숨도 못자는 경우도 있다.-실제 코로나가 극성일때 전화가 빗발쳐서 한숨도 못자는 경우가 많았다. )
밤에 그렇게 민원 전화가 많으냐고? 물론 복불복이지만... 나도 새벽에 그렇게 구청에 전화하는 사람이 많은지 공무원이 되고 처음 알았다. (사실 대부분 처리해줄 수 없는 일들이라 낮에 전화하라고 말씀드리는데... 그 말을 하기 위해 이많은 인력이 이많은 고생을 해야하는지 미지수다) 또 밤시간의 경우 주민센터로 걸려오는 전화도 모두 구청으로 연결되기떄문에, 예상보다 많은 전화와 민원을 처리해야한다.
또 같이 숙직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서 혼자 자버리는 방법도 있다고하는 하지만, 그것도 썩 내키지 않았던것이, 임신 초기라 같이 일하는 부서내에서도 팀장님 과장님꼐만 말씀 드렸는데, 생판 모르는 직원들에게 나의 임신 소식을 널리 널리 알리라고?? 왜..사내게시판에 띄우라고 그러지..... (당시 숙직 담당자가 미혼이이엇는데.. 아무리 미혼이라 모를 수 있다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배려가없고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
안그래도 당시에 조직에 환멸을 느끼고 있을떄였는데, 이렇게 대책없이 니 사정은 니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대처로 나는 많이 화가나고 힘들었다. 심지어 이곳은 정부가 운영하는 기관 아닌가? 매일 저출산 운운하더니... 임산부에게 숙직을 하라고 하다니...
운이 좋았던 것인지, 이후 갑자기 을지훈련 최종 3일전에 모든 을지훈련 일정을 바꾼다고 공지가 내려왔고, 그덕에 나는 숙직 대체자를 구해서 숙직은 빠질 수 있었지만... ( 그 공지가 없었으면 나는 꼼짝없이 숙직을 해야했고, 그 다음주부터 나는 극한의 입덧을 시작했기에, 만약 숙직을 그대로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않는다. ) 그놈의 을지훈련과 숙직때문에, 임신을 확인한 그때 나는 기뻐하고 즐거워할 겨를도 없이, 의미없는 스트레스로 괴로워해야했고, 아직도 우리나라의 조직내에서는 임신이 존중받고 배려받는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