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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sol Jang Jun 07. 2020

EP1. 성장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2/2)

성장하고 싶다 성장하고 싶다 성장하고 싶다!!

이 글은 지난 글(ep1. 성장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1/2))에 이어, 스타트업에서 성장하기 위해 겪었던 시행착오와 경험을 정리한 글이다.   


3. 성장 노트 작성하기

<2015년부터 써내려간 성장노트>

  2015년부터 "성장 노트"라는 걸 작성하기 시작했다. "성장노트"는 일기와 같은 형식이지만 주로 업무를 하면서 겪었던 사실과 내가 느꼈던 감상,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정리한 글이었다. 매일 내가 한 업무를 돌아보고 회고하는 일종의 업무 일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처음 성장노트를 작성할 시기만 해도, 하루를 시간순으로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했어야 하는 반성위주의 글이 많았다. 그리고 항상 밤 늦게 야근을 하거나 집에 들어가서 작성을 하니, 감상에 젖어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엔 항상 결론은 "내 역량이 부족해서..."로 끝이 난다. 자책하고, 반성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지 결심하고 끝이 났다. 그러나 다음 날도 여지없이 같은 패턴으로 성장 노트를 쓰곤 했다. 그래서 이건 성장노트가 아니라 반성노트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좀 다른 방식으로 성장노트를 써 내려갔다.

  우선, 내가 그날 또는 그 시기에 피드백을 받은 내용을 써내려간다. 누군가 나에게 피드백을 해주거나, 내가 만든 제품에 대한 피드백은 너무나 소중한 성장 소스인데, 이걸 잘 정리하고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성장노트를 다시 살펴보는게 의미가 있기 위해서도, 계속 살펴봐야할 내용을 정리하는게 필요했다.

  두번째는, 밤에 작성하는게 아니라 아침에 작성하는 거다. 나도 인간인 이상 밤에는 감성에 젖기 쉽고, 아침엔 희망찰 가능성이 높다. 똑같은 내용의 글이더라도 아침에 쓰면 "그래, 난 잘할 수 있어. 오늘 난 이만큼 성장할거야" 가 되고, 밤에 쓰면 "오늘도 난 실패했어. 난 정말 잘하고 있는걸까?"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성장노트는 되지 못할지언정 결심노트가 되기 위해서는 아침에 작성하는게 좋다.

<2016년 6월 16일에 써내려간 PM의 역할>

  마지막으로, 내 생각을 썼다. 그냥 하루에 내가 무얼했고, 무얼했고 가 아니라 나의 "가설"을 써내려가고자 노력했다. 내가 받은 피드백에 대한 생각, 고객들이 보냈던 반응에 대한 나의 가설, 내가 일을 하는 방식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들과 협업하는 방식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기에 "어떠해야 하다"는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흔희 말하는 "주관", "가치관"을 갖고 싶었고, 세상에 대한 나의 "가설"을 검증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가설이 틀렸을 땐, 깊게 반성하고 피드백들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4. 데이터 기반 기획, 성과 평가

<서비스 버전별 기획서>

  PM과 기획 업무를 하면서 항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획하고, 서비스가 배포된 이후에는 당시 세웠던 목표 수치를 기반으로 평가하고자 했다. 당시에 내가 이렇게까지 문서를 정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고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수많은 리소스가 들어가는 활동이다. 그렇기에 그 리소스 할당에 대한 효율(ROI)를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했다. 근데 단순히 고객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다른 경쟁사 서비스는 어떠하기 때문에, 해외 서비스들은 이렇게 하고 있어서... 라는 이유만으론 성과를 평가할 수 없다. 목표치가 있고, 실제 서비스가 배포되었을 때 그 목표치 대비 어느정도 수치 개선을 이루었지로 성과평가가 되어야 한다. 다만, 이때는 온라인 실험(A/B 테스트)을 하지 못하고, 배포 전후의 지표 변화만 측정하곤 했다. (사실, 이건 잘못된 검증 방법이다.)


내가 기획한 내용이 어떤 가설에 기반하여,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 하는지 이해관계자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발자들에겐 개발자들에게 맞는 언어로, 디자이너에겐 디자이너에게 맞는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발자들에겐 본인들이 개발할 새로운 기능이 어떤 수치를 개선시키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면 가장 큰 동기부여를 줄 수 있었다. 디자이너들에겐 고객들이 느끼는 pain point와 니즈가 무엇인지, 그래서 어떠한 가설을 갖고 기획을 했는지 설명하는 것이 그들의 상상력을 더 키울 수 있었다.


  주요 지표외에 세부 기능의 데이터들을 매번 살펴보기 위해서 GA, Mixpanel, SQL 등 여러가지 데이터 툴에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그리고 여러 데이터에 대한 기준, 업계 평균 수치들을 찾기 위해 국내/해외의 블로그와 뉴스기사들을 찾아 헤매었던 기억도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하나의 실행이 큰 리소스와 리스크를 담보하기 때문에 더더욱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무하고 평가해야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소고기 부위별 선호도, Top 20 레시피>

대기업과 함께 PB 상품을 만들 때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선정하고 들어가는 재료를 정하고자 했다. 유저들이 서비스에서 검색하는 재료의 쿼리를 뽑아보고, 어떤 레시피가 자주 검색되는지, 노출대비 클릭율은 어떠한지를 보고  재료와 상품을 선정하였다.   


5. 회고 없는 성장은 없다.

미국의 철학자, 심리학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경험으로 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대한 회고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성하는 주간 리뷰와 월간 리뷰>

  존 듀이의 말처럼, 항상 경험한 것에 대해서 회고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노력했다. 작년부터 노션을 쓰면서 매주 작성하는 To-do list를 노션으로 옮겼고, To-do list 상단에는 위의 왼쪽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한주가 지나고 리뷰를 작성하는 섹션을 만들어두었다. 그래서 항상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에는 이전 주에 달성한 목표와 리뷰, 그리고 다시 그 한주를 보낸다면 어떻게 보낼지를 작성한다. 한달이 지나면 월간 리뷰를 작성한다. 내가 무엇을 잘했고, 못했는지, 개인적으로 공부하거나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를 정리한다.

  사실 이 기록들을 다시 살펴보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뒤돌아보면서 나를 응원하기도 하고 개선해야될 부분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연간 회고를 해보았다. 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와 좋은 사람들과 함께 "기년회"(기록하는 송년회)를 보냈다. 지난 한해를 기억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서로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자 했다. 한해를 잊고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한해 동안 내가 경험한 것에서 배울 것들을 쥐어 짜내고자 했다. 한해 동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내가 공유했던 여러 글, 영상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을 정리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알게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뱅크샐러드 데이터 조직과 플래닝샵 떠나기 중 일부>

  최근에는 회사에서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스프린트별로, 마라톤 별로 회고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위의 이미지는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플래닝 샵을 가면서 회고 했던 내용이다. 매 스프린트마다의 회고는 동료들과 함께 진행했던 업무를 돌아보고, 비슷한 업무 별로 문제 상황을 정의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팀 관점의 Action plan을 도출하여 마무리 한다. 이런 팀 회고를 통해, 개개인의 성장 뿐만 아니라, 팀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앞으로의 성장은 이제까지 했던 방식과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나이(?)도 나이이고, 흔히 말하는 연차가 쌓여감에 따라 앞으로는 성과로 증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냉정하지만, 성장을 위해 "노력했어요" 보다는 "성장해서 이런 결과를 만들었어요"가 주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까지 해왔던 성장을 위한 몸부림과는 달라지는 부분도 분명 생길 것이다. 이에 적응해 나가면서, 여지껏 그래왔듯 혼자서도 씩씩하게, 그리고 함께 성장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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