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스페인 가을 여행(25)

결혼 40년 되던 해 2019년 늦가을

by 기현서

22. 바스크 나라 중심도시 빌바오(11.23)


빌바오(Bilbao) 가는 길


빌바오는 일명 바스크 나라(Basque Country)를 구성하고 있는 기프즈코아, 비즈카야, 알라바 3개 주 중 비즈카야 주의 주도이다. 우리나라에는 구겐하임 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바스크 나라 지역은 북부 산악 지형으로 우리나라 지형과 비슷하다. 이 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바스크 민족은 독립심이 매우 강하다. 특히 철강공업이 발달하고 스페인 내에서도 국민소득이 높은 지역이다.


부르고스 실켄 호텔에서 캄캄한 새벽에 나와 버스 터미널까지 걸어갔다. 1킬로 미터 못 되는 거리이다.그러나 날씨가 꽤 쌀쌀해 양다리 사이가 썰렁하다. 빨리 도착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새벽 어두움 속에서 보는 길 풍경이 새롭다. 낮에 봤던 풍경인데도 조명을 받으니 다른 그림이 된다. 조명을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조명을 받은 건물이 훌륭한 것인지 모르겠다. 양쪽 다 일 것이다.

EE8CAF84-B6E9-4641-8420-ED2A7BA87EB6_1_105_c.jpeg


6시 45분 버스를 탔다. 그런데 20여분 정도 가니 멀미가 느껴진다. 버스가 골목길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니 어지럼증이 생긴 것이다. 더구나 이 버스가 160 킬로 미터 거리를 3 시간에 가는 완행 버스다. 국도의 좁은 산악 길을 요리조리 돌아간다. 어지럼증이 계속 가시지 않는다. 처음 일이다.


완행 버스라 밋밋한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타니 국도 변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을들을 다시 볼 수 있어 좋기는 하다. 19년 전 승용차로 국도를 타고 이베리아 반도를 돌아본 적이 있는데 그때 보았던 시골 풍경을 다시 본다. 달리는 차 속이라 사진을 남길 수가 없어 아쉽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의 빌바오


어렸을 때 어른들이 비 오면서 해가 보이면 호랑이 장가간다고 말씀하셨다. 도착하기 전에 빌바오 날씨를 검색해 보니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부르고스에 도착할 때부터 만난 비가 빌바오까지 나흘 째 이어지고 있다.


빌바오 버스 정류장은 건물은 없고 버스 플랫폼 30개 정도와 버스 시간 안내판만 모퉁이에 서있다. 아마 승차권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인지 매표소 조차 없다. 나도 버스 회사 앱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온라인으로 구입했다.

335A48C0-B0E8-49D9-9340-0D5A56C98877_1_105_c.jpeg


버스에서 내리니 비바람 친다. 동서남북 방향을 확인할 수가 없다. 우선 아침도 먹을 겸 가까운 카페테리아에 들어갔다.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61753CBF-B36D-4387-BB59-2F631D9CA30F_1_105_c.jpeg


구겐하임 미술관이 현재 위치에서 2.2 킬로 미터로 나온다. 비가 오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도 없는 거리다. 그런데 비가 오고 바람도 세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다시 용감하게 우산을 펴고 길로 나선다. 낯선 도시를 느끼기 위해 온 여행인데 비가 오면 어떠랴. 비 내리는 빌바오 시내를 사진으로 남기며 걷는다.

EEC39059-7865-4196-B8E0-3B91F0D3B3DC_1_105_c.jpeg
D574762B-4864-4E38-87EB-110F594C87B3_1_105_c.jpeg


아내가 갑자기 '여기 수국 봐' 하고 말한다. 그래서 보니 길옆 가로수 사이에 어른 허리보다 큰 키의 수국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아 그렇지. 19년 전 스페인 북부 국도를 따라 여행하며 길에서 수국을 많이 봤다. 그때는 여름이라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특히 보라색 수국이 아름다웠다. 새삼 우리가 스페인 북쪽 도시에 와 있는 것을 느낀다.

E11A0C07-86DD-48F5-A2A1-116BEBC4AA01_1_105_c.jpeg


네르비온(Nervion) 강을 끼고 구겐하임 미술관을 걸어가는 판단은 잘한 것이었다. 비 속의 강변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해가 잘 비춰주면 더 아름다울 것이지만 우중의 풍경도 충분하게 좋다. 강도 잘 관리되어 있다. 물살도 세고 배가 다닌다. 수심이 꽤 되는 모양이다.

48C5A85C-F1FB-45BC-AF19-0F1E60D0E84A_1_105_c.jpeg
B8E380FF-3F7A-4B1C-9F6F-0701DA1F41D7_1_105_c.jpeg
7EC077E2-ADF1-4112-9B88-2E234AC503FD_1_105_c.jpeg
0F62CFFC-4845-4140-B5BD-8F911B86C0F3_1_105_c.jpeg
1F9C1F20-60E8-448D-BFFD-5EEED96F2132_1_105_c.jpeg


구겐하임 미술관은 네르비온 강변에 있다. 은 빛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는 스페인 다국적 전력회사인 이베르드롤라(Iberdrola)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며 높게 서 있다. 빌바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약한 청색을 띠고 있는 건물이 강 풍경과 어우러져 아주 인상적이다.


비는 계속 흩날리고 바람은 우산이 뒤집어질 정도로 세다. 그래도 2킬로 이상을 걸어 미술관에 잘 도착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내 기억으로 구겐하임 미술관은 1980년대 개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2000년 처음 왔을 때는 차로 왔다. 그 때는 주차장에 차를 정차하고 미술관을 둘러본 후 바로 떠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네르비온 강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미술관 건물 형태가 평이하지 않았다는 것만 머리에 남아 있다. 그 당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설치 예술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CB467FA3-4675-489C-AE03-85757E21D438_1_105_c.jpeg


관광 비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아주 많다. 돈을 꽤 벌어주는 미술관 임에 틀림없다. 첫 방문 때 사람이 많았다는 기억이 없다. 성인 입장권이 1인당 13 유로로 싸지 않다.


1층 설치 예술관에 들어가니 그 넓은 전시관이 나선형 철 구조물로 들어 차 있다. 입장료 값 아까워서 나선 형 구조물 몇 개를 들어가 미로를 돌다 보니 어지럽기도 하고 쇠 냄새가 나서 역겨웠다. 구조물 속 미로를 돌며 이유 모를 답답함과 적막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발걸음을 서두른다. 순간 머리와 몸이 벽에 부딧치며 진땀이 솓는다. 그리고 나왔다. 갑자기 작가의 예술적 의도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5273D26B-3610-4C88-815B-E820EC2243BA_1_105_c.jpeg
17A19D08-FCBE-4907-B691-1903F2CDAC6A_1_105_c.jpeg
457F10FF-6F4D-4799-A21E-3A638D1CA6FA_1_105_c.jpeg


2층은 사진 전시를 하고 있었다. 이 번에는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다리가 아프도록 다니며 정신없이 사진들을 감상했다. 감동을 주는 구도의 사진들을 충분하고 원 없이 봤다.

Struth_03511_Eleonor-and-Giles-Robertson.jpg
Struth_04261_Kyoko_and_Tomoharu_Murakami.jpg


3층은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림에 문외한이라 주마간산 감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림마다 붙어 있는 작가의 이력이나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고 감상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Kiefer_A_Las-celebres-ordenes-de-la-noche-expo.jpg


구겐하임 박물관 앞 꽃 강아지(Puffy) 설치물


미술관 앞에 꽃을 심어 설치한 큰 강아지가 있다. 크기도 하다. 참 사람들의 상상력이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 모형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수많은 꽃 화분을 배치해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꽃들도 싱싱하다.


방문객들이 사진에 담아 둔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남겨 둔다. 아내도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꽃 강아지 앞에서 증명사진 한 컷 찍는다. 강아지가 커서 와이드 앵글을 쓰지 않으면 부분만 나온다. 나는 아이폰 11도 있고 가져간 카메라도 와이드 앵글을 사용할 수 있어 불편이 없다.

4F4EE174-9538-4959-965A-C42B7F1CAA01_1_105_c.jpeg
A86F0D23-5C8C-4EBB-B13D-3AB885565452_1_105_c.jpeg


빌바오 시내의 노란 가을


빌바오도 스페인 다른 도시의 모습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품위 있는 건물들과 잘 조화된 상가의 조명 그리고 디스플레이가 보기에 좋다. ´


가랑비가 날리고 비에 젖은 노란 낙엽이 깔린 길은 가을이 스산하게 깊어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스페인은 나무 잎들이 붉지 않고 노랗게 물든다. 그래서 도시 분위기가 노랗다. 과거 스페인 살 때는 못 느꼈던 사실이다.

7600B055-982F-4EAA-8937-548EBC4C2868_1_105_c.jpeg
5A9C13A1-72C4-4D45-B0A3-F17D96C6D674_1_105_c.jpeg
E503A8DD-D3CA-4DBF-8187-6A7B6A0676A7_1_105_c.jpeg
0B41D46C-8307-4DA8-9054-79DB29146799_1_105_c.jpeg
005A66F0-CA87-4BA0-AAD0-41947D7D1990_1_105_c.jpeg


가랑비가 내리는데도 우산도 쓰지 않고 걷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뿐만 아니다. 부르고스에서도 그랬다. 그렇다고 발걸음이 급하지도 않다. 태연하게 걷고 있다. 나도 한국에서 가랑비 정도는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 물론 짧은 거리 경우이다.


부르고스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 주소를 애플 맵에 입력했다. 시간도 충분해서 여유 있게 도시 풍경을 보며 정류장에 도착하니 내가 도착했던 곳이 아니다.


알아보니 버스 정류장이 아니고 기차와 지하철 역에 왔다. 애플 앱에 분명하게 버스정류장(Estación de Autobus Bilbao)으로 입력했는데 이 곳에 데려다준다. 역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버스 정류장은 테르미부스(Termibus)라고 부른단다. 위치가 완전히 반대 편에 있고 걸어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20분 남았다.


버스 타기 전 갑자기 강풍을 동반한 소나기가 쏟아진다. 정류장에 설치된 간이 대기소에도 비가 들이친다. 상황이 그러하니 버스 기사가 문을 열어 줄만도 한데 밖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 속에서 핸드폰만 내려다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하는 승객이 없다. 모두 버스만 바라보고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과거에도 느낀 것이었지만 새삼스럽게 스페인은 공급자 시장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스페인 버스 운전사 체격들은 왜 그렇게 우람한지 .... 비위 거슬렸다가는 한 주먹 얻어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부르고스로 그리고 토요일 밤 부르고스 시내


오후 6시 부르고스에 도착했다. 호텔에 배낭을 놓아두고 저녁식사를 할 겸 시내를 나갔다. 플라자 마욜을 중심으로 한 구시가에 부르고스 사람들이 많이 나와 배회하고 있다. 가족 나들이가 많다. 날씨가 추우니 옷을 단단하게 입고 돌아다닌다. 사람 사는 것 어디나 비슷하단 생각을 하며 다시 호텔로 돌아와 쉰다. 오늘 이만 삼천 보를 걸었다.


4A073904-6C30-4B0E-835B-7A6BA93D6FFB_1_105_c.jpe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