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0년 되던 해 2019년 늦가을
23. 칸타브리아 자치주 수도 산탄데르(11.24)
그림 같은 풍경 산탄데르 가는 길
산탄데르(Santander) 출발하는 차는 오전 11시가 가장 빠르다. 돌아오는 차는 오후 7시로 예약했다. 가는 시간이 3시간 정도 걸린다. 거리는 180킬로 미터 북쪽으로 올라간다. 대서양 연안 북쪽 항구 도시인데 칸타브리아(Cantabria) 자치주의 수도이다.
19년 전 차로 여행할 때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 에서 빌바오 거쳐 산탄데르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기억에 잘 남아있지 못한 도시이다. 해변 산악 도로 운전으로 피로하고 가는 길이 바빴기 때문에 그랬을 것으로 추측한다.
11시 부르고스 버스 정류장을 출발한 후 반 시간 정도 되었을까 풍경이 바뀌기 시작한다.
굽이치는 언덕 길이 연속된다. 버스 창 밖에 펼쳐지는 산과 언덕 그리고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은 여행 방송 프로그램에서 종종 보는 영국 스코틀랜드와 그 것과 비슷하다. 버스가 칸타브리아 산맥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강원도 가는 길이라고 할까?
넓은 푸른 계곡의 목초지에 양떼가 있고 군데 군데 보이는 그림같은 농가들 그리고 봉우리에 흰 눈이 덮인 산도 멀리 보인다. 사진을 찍고 싶지만 내 쪽 차창에 반대편 차창 풍경이 반사되어 이중 이미지가 나오기도 하고 차가 흔들려 찍을 수도 없다. 몇 컷을 찍었는데 품질이 좋지 않다. 눈으로 보고 마음에만 담았다.
완행 버스라 여러 마을을 지나간다. 산속의 마을들이 적막하다. 인적이 없다. 버스가 잠깐 쉬어 마을에 내려 둘러봐도 조용하기만 하다. 날씨도 흐려 적막감이 더한다.마을의 집들은 주변 아름다운 풍경과 잘 어우러져 예쁘다. 사람은 보이지 않은 데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실망한 산탄데르 도시 풍경
버스가 도시에 진입하며 받은 첫 인상은 다소 어수선하다는 것이었다. 다만 버스 정류장은 부르고스 보다 더 크고 깨끗했다.
오후 2시가 다 되어 도착했기 때문에 점심 식사부터 챙겨야 한다. 아내는 배가 고프면 다른 핑계를 찾아 짜증을 내는 버릇이 있다. 결혼 후 몇 년 동안 나는 그것을 몰라 충돌의 원인이 되었다.
전날 검색해서 찾은 유명한 해산물 식당인 카사 호세(Casa Jose)를 찾아 나선다. 약 2킬로 미터 떨어져 있는 부두 거리에 있다. 애플 맵에 의지해 찾아간다. 항구 부두 주변의 잘 정리되지 않은 풍경만 계속해서 나온다. 산탄데르가 이렇게 살풍경 도시인가 하고 생각했다. 갑자기 오후 7시 부르고스 돌아가는 버스 시간까지 몇 시간 보낼 일 이 걱정스러워졌다.
점심 후 시내의 주 광장을 가서 보면 대강 도시 수준을 파악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한다. 주 광장을 검색해 보니 플라자 마욜이 없고 시청 청사가 있는 시청 광장이 주 광장인 것 같다.
자료에 의하면 1941년 산탄데르 구시가에 불이 나 이틀 동안 계속 되면서 구시가지가 크게 파괴되었다고 한다. 도시에 오래된 건물이 부족하고 다소 산만한 현대식 건물이 많이 보이는 것이 이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산탄데르 소래포구의 해산물 요리
해산물 음식점 카사 호세가 위치한 곳은 음식점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굳이 비교하면 우리 나라 소래 포구 해산물 음식점거리 라고 생각하면 될까?
카사 호세 식당 좌석이 모두 예약되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자리가 날 것 같다고 한다. 그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주변의 비슷한 다른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다. 여기도 꽤 오래된 식당인 것 같다. 펠리페 전 국왕 부부가 와서 식사하고 간 흔적이 있다. 국왕 서명이 들어간 사진을 액자에 넣어 걸어놓았다.
아내는 그 동안 먹고 싶어했던 해산물 전문식당에 와서 기분이 좋다. 아내의 전식으로는 해산물 파에야 그리고 본식으로는 산탄데르 앞 바다에서 채취한 털게 요리를 시켰다. 나는 생선 수프에 생선 요리를 주문했다. 그런데 나온 음식을 보니 아내가 전식으로 시킨 해산물 파에야 양이 장난이 아니다. 그것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맛도 좋다. 물론 내가 주문한 생선 수프도 먹을 만 하다. 서로 나눠 먹었다.
아내가 게 요리를 분해 수준으로 완전하게 해치웠다. 원래 게를 좋아하고 게살을 잘 빼먹는다. 한정식집 가면 체면상 먹기가 성가셔 잘 먹지않고 남긴 게장을 하이에나 같이 남기는 것 없이 다 챙겨먹는 게장 귀신이다.
옆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게 먹는 것을 곁눈질 했다고 나중에 얘기한다. 흉 될 것은 없고 동양 여자가 게를 워낙 맛있게 먹으니 호기심으로 보았겠지 하고 생각했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
하여튼 아내는 스페인 여행 중 처음으로 해산물 음식을 양껏 먹었다. 소원 풀이 했다. 그것도 스페인 최 북단 산탄데르 부두에서...
아! 시원하고 아름다운 도심 속 해변 풍경
점심 후 시청광장을 찾아 나섰다. 크지 않은 시청 건물에 그에 맞는 소박한 광장이다. 노인 몇 사람이 광장 벤치에 모여 앉아 대화를 하고 있는 한적한 풍경이다. 일요일 오후라 이곳 사람들 모두 집에서 쉬고 있는 것인가?
광장에서 중심가로 생각되는 거리로 들어갔다. 다른 도시에 비해 썩 호감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시내를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어떻게해서 해변 도로를 찾아 나왔다. 아내가 먼저 찾아냈다. '여기 바다! 빨리 와. 해넘어간다' 하고 소리친다.
아 그런데 정말 깨끗한 해변과 아름다운 해변 도로 건물들이 눈에 확 들어 온다. 석양 빛을 받고 있다. 도시가 해변을 끼고 쭉 뻗어 있다.
중요한 건물도 해변가에 있다. DK 아이 위트니스 가이드 북에 나오는 칸타브리아 중앙은행 건물도 이곳 해안에서 석양빛을 받아 아름답게 서있다.
넓게 확 터진 바다와 석양 빛을 흠뻑 받고 있는 아름다운 건물 들을 보니 가슴이 시원하다. 사람들도 여유롭게 산책하고 있다. 여기가 이 곳 사람들의 허파인 것 같다. 산탄데르에 대해 처음 가진 느낌이 금새 사라져 버린다. 조금 있으면 어두워질 것이므로 그 전에 사진을 찍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산탄데르에 잘 왔다. 그리고 이제 돌아간다. 다시 오기가 쉽지 않겠지.
다시 부르고스로, 비가 온다
산탄데르 버스 정류장에서 밤 7시 버스를 타고 부르고스로 돌아왔다. 부르고스에 가까워지니 또 다시 버스 차창에 빗방울이 내리 친다. 비는 부르고스에 처음 도착한 날부터 시작해서 빌바오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떠나기 전날 밤 또 비가 온다.
하기는 북쪽 지역 11월 하순 늦가을 기후이다. 늦가을 북쪽 지방 여행은 비와 찬 바람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여행 출발 전 추울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비와 씨름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비 오는 날씨도 여행의 일부이다. 불편했으나 그래도 빗 속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부르고스 정류장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목 분수가 파란 물줄기를 쏘아 올린다. 가랑비도 날리는 추운 날씨에 본 파란 분수는 보는 이를 더 춥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