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스페인 가을 여행(28)

결혼 40년 되던 해 2019년 늦가을

by 기현서

25. 마드리드에서의 휴식 첫날(11.26)


맥도널드에서 맥모닝으로 아침 식사 때우고


스페인에 온 뒤로 주로 스페인 음식을 먹었다. 오늘은 아내와 맥모닝을 먹기로 했다. 급할 것 조금도 없는 일정이어서 9시 조금 넘어 호텔에서 30미터 정도 길 건너에 있는 맥도널드에 갔다. 소위 아토차 역 앞 맥도널드다.


내가 2000년 마드리드에 살 때도 이 맥도널드 가게는 이 자리에 있었다. 당시 이 곳에서 한국 관광객들이 배낭 등 짐을 많이 잃어버렸다. 자리 잡는다고 짐 놔두고 주문하고 오면 짐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 당시 돌아다니는 말로 한국 여권이 5천 불 정도 값이 나간다고도 했다. 그래서 아토차 역 앞 맥도널드 가게에서 짐 조심하라고 홍보한 적도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맥모닝 메뉴가 한국과 다르다. 가장 비슷한 베이컨 에그 세트를 시켰는데 햄버거는 비슷하지만 그 구성은 다르다. 맥도널드는 메뉴를 구성할 때 현지 음식문화를 반영하니 충분하게 이해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불고기 버거가 있지 않은가?


매장은 출근 시간이 많이 지나서 복잡하지 않았다.


구시가 골목 시장


특히 갈 곳도 없어 구시가를 걷기로 했다. 아토차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는 도중 아내가 잠깐 하더니 좌측 골목으로 들어간다. 얼핏 보니 과일가게 하나 보인다. 골목을 따라 들어갔다.


과일 가게 바로 앞 건물이 재래시장이다. 들어가지는 않고 눈어림으로 규모만 곁눈질하고 골목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니 이면 도로가 나온다. 그 도로변에 또 식품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사람들이 이 곳에서 시장을 보고 있다. 상품들이 매우 싱싱해 보인다.


아내는 재래시장 기웃거리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해외 생활하며 어느 도시를 가나 재래시장을 찾아 돌아다닌다. 슈퍼마켓에서 찾지 못하는 우리 야채를 살 수도 있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호기심 때문이다. 보고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도 아내는 가락시장을 종종 간다. 내가 운전을 안 해주면 혼자라도 간다. 아내는 이곳저곳을 재미있게 돌아본다. 뜻밖에 좋은 재미거리를 만난 셈이다.


크리스마스 장식품 판매 가게들이 설치된 플라자 마욜


아토차 길 따라 플라자 마욜을 문제없이 찾아갈 줄 알았는데 끝 자락에서 혼동했다. 반경 300 미터 내에서 이 골목 저 골목 헤맨 뒤 도착한 광장은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파는 매대 들로 차있다. 관광객들도 꽤 많다. 우리말도 들린다. 날씨가 흐리고 간간히 빗방울도 날리는데 사람들은 지난번 때보다 훨씬 많다.


스페인은 가톨릭 국가라 그런지 매대에 가톨릭 종교 물품이 많다. 크리스마스 용 장식용품 들인데 대부분 가톨릭 성향 물품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 많다. 진열하는 것만 해도 일이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광장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기 위한 골조가 서있다. 12월 초에는 화려한 장식물을 단 크리스마스트리가 만들어지고 불이 켜지겠지...


벅적지끌 산 미겔 시장(Mercado San Miguel)


우리에게 타파스 바(Tapas Bar)로 잘 알려진 산 미겔 시장은 벅적지끌 하다. 모두 관광객들일 것이다. 겉을 보면 사람들이 안 보이는데 안에 들어가면 많다.


이 가게 저 가게 돌아다니며 타파스를 맛보고 있다. 현지 사람들은 대부분 동네 카페테리아에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타파스를 먹는다.


산 미겔 시장은 원래 농산물 시장이었다. 신선하고 잘 길러진 품질 좋은 농산물을 진열해 팔았다. 우리가 마드리드 살 때 주말에 종종 와서 야채 등 농산물을 샀다. 특히 서양 사람들이 크게 선호하지 않는 단감과 장두감을 팔았다. 말 그대로 재래시장이다. 발렌시아 중앙시장과 같은 곳이다. 규모만 작을 뿐이다. 항상 주차가 쉽지 않아서 주변 어느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왔다. 그러던 곳이 타파스 바로 바뀌어 관광명소가 되어 버렸다. 특히 플라자 마욜의 3~4백 미터 반경에 위치하고 있다.


엘 보틴(El Botin), 기네스 북에 오른 가장 오래된 식당


플라자 마욜 광장 밖에 위치한 엘 보틴 식당은 우리나라에도 방송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1725년 여인숙으로 시작해 이어져온 식당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사실보다는 헤밍웨이가 자주 들려 식사한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워낙 유명세를 타다 보니 예약을 하지 않고는 식탁을 차지하지 못한다.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고 19년 전에도 그랬다.


나도 출발 한 달 전 마드리드 일정을 고려하여 오후 1시 예약을 하고 확약을 이메일로 받았다. 식당은 1층과 2층 그리고 지하가 있다. 헤밍웨이는 2층 창가에서 먹었다고 한다. 나도 과거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우리는 지하층인데 과거 식품 저장 토굴 입구 쪽 자리를 배정받았다.식당이 꽉 찬다.


소문난 음식은 애저로 요리한 코치니요(Cochinillo)다. 다른 음식도 수준이 높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코치니요를 주문한다.

우선 전식은 식당이 추천한 마늘이 들어간 따끈한 수프 그리고 본식은 아내는 코치니요 나는 모둠 해산물 탕인 카수엘라 데 마리스코스(Cazuela de Mariscos) 를 주문했다.


해산물 탕은 아내가 좋아하는 메뉴라 일부로 내가 주문했다. 아내 표정을 보니 코치니요를 먹으며 마음은 해산물 탕에 가 있다. 나는 먹는 척하며 손을 대지 않고 있다가 아내가 코치니요를 조금 먹고 난 뒤 '바꿔 먹을래?' 했더니 두말하지 않고 재빠르게 동의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여튼 잘 먹고 나왔다. 과거 이 곳에 살 때 나는 업무상 여러 번 왔지만 아내는 두세 번 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새삼 다시 오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며 식당을 나왔다.


아디오스 엘 보틴(Adiós El Botín)!


어수선한 푸에르타 델 솔 광장(Plaza de La Puerta del Sol)


정처 없이 돌다 보니 푸에르타 솔 광장을 세 번 만난다. 마드리드 주요 관광 코스이다. 지하철 이름도 솔 역(Estación de Sol)이다. 솔은 태양이란 뜻이고 푸에르타는 문이니 태양의 문 광장이다.


단체관광 인솔자들이 길거리 여기 저기에서 자기 고객들에게 광장의 역사 얘기를 열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흐린 날씨에 가랑 비도 간간히 날려 매우 어수선하다. 통행 인파도 많다.


멀리 스페인 쉐리(Sherry) 와인 상표인 티오 페페(Tio Pepe: Uncle Pepe) 홍보간판이 보인다. 쉐리는 스페인어로 헤레스(Jeréz)라고 불리는데 화이트 와인이다. 주도가 15~23도로 일반 포도주보다 강하다.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처음 생산되었다. 티오 페페는 솔 광장의 상징적인 홍보 광고이다. 20년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아마 그 훨씬 전부터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과거에 운전하며 솔 광장을 지나면 항상 저 광고부터 눈에 들어왔었다. 하여튼 스페인 관광산업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1920px-Tio_Pepe_(23650997609).jpg


호텔 앞 분수대 크리스마스 용 불 장식


호텔이 카를로스 5세 황제 광장 코너에 있다 보니 광장이 잘 보인다. 또 방이 광장과 마주한 2층이어서 소파에 앉아서도 잘 내려다 보인다.


아내는 광장이 잘 보여 심심치 않은 모양이다. 만족도가 매우 높다. 어두워지자 아래 길거리는 오가는 사람들로 번잡해지고 광장의 불빛도 켜진다. 아내가 좋아해서 사진 몇 장 남겨둘 생각으로 창문을 열고 몇 컷 찍었다. 내가 보기에는 뭐 별로인 것 같은데 아내는 예쁘다고 하며 좋아한다. 판단은 주관적인 것이니까.


마드리드에서 마지막 전 날 밤이 이렇게 지나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