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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19. 2020

코로나 19와 분당 탄천의 봄

2019년 봄 코로나의 역설

내 기억으로 최근 3-4년 내가 살고 있는 분당 탄천의 봄과 가을 풍경은 시원치 않았다. 기온과 강수량 등의 변화 탓인지  봄의 벛꽃은 쉽게 피지 못하다가 나중에 잎과 함께 피워 화사함과 풍성함이 부족하였다. 


또 가을에도 단풍이 맑고 산뜻한 색깔로 물들지 못하고 갈색이 많은 어두운 색깔의 단풍이었고 그것도 건조한 날씨 탓으로 조락하곤 하였다. 더군다나 황사가 많았다. 하늘이 뿌연 날이 많아서 사실상 푸른 하늘에 구름을 볼 수 있는 날이 흔치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19가 창궐하여 삶이 어수선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가운데 탄천은 그 어느 때 보다 화려한 봄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봄의 시작은 목련 꽃이었다. 아파트 창문 앞 목련 나무가 꽃잎을 머물고 있나 싶더니 어느 날 아침에 활짝 피어 몇 날 며칠을 피고 지고 한다.



탄천 언덕배기에도 검고 틱틱한 가지의 벚나무들과 개나리 꽃 덤불 사이로 수줍게 파란 하늘을 향해 하얀 꽃 이파리를 아름답게 펼치고 있다.



그런데 봄꽃 전령은 개나리 꽃이었던가? 목련과 개나리 중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 헷갈린다. 개나리는 낮은 곳에서 길게 피고 목련은 높은 곳에 짧게 피기 때문에 혼동되고 있는데 아마 목련이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동시일 수도 있겠고 ...


하여튼 탄천 이곳저곳에 노란 개나리 꽃이 화려하게 피어 올라온다. 겨울에 칙칙하고 어두운 색의 잔 가지들만 보이더니 그 속에서 노란 꽃이 올라와 화사해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벚꽃이 피기 전 탄천을 산책하며 즐기는 봄 품경이다.



개나리꽃 나무에 잎이 나오기 시작하고 노란 색깔이 푸릇 푸릇한 새잎에 묻혀 옅어진다. 그러고 나니 벗꽃이 여물어 터져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이어  탄천이 온통 벗꽃이다. 


분당 이 곳에서만 25년을 살고 있다. 그래서 지난 날의 탄천 풍경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탄천 변의 처음 풍경은 살벌했다. 손가락 2-3개 두께의 나무들만 탄천 언덕에 심어져 있었고 물가는 시멘트 계단이었다. 지금은 잔디밭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녹색 공간은 그 밑이 쇠철망으로 고정시켜 놓은 돌과 자갈 밭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던 탄천 풍경이 세월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종종 내리는 비로 탄천이 넘치면 고수부지에 흙들이 쌓여 자갈과 돌을 덮었다. 믿믿한 물줄기 곳곳에 모래 언덕들이 만들어져 물줄기도 바꾸었다. 고수부지도 점점 풀밭으로 변했다. 이렇게 조금씩 생태계가 조성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언덕에 심어놓은 어린 나무들이 자라 아름다운 봄 풍경도 만들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분당구청 등 관청이 풀씨를 뿌린다든지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는 등 하천을 조성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투자가 있었음을 알고 있다.


주변 풍경뿐만 아니라 탄천 물도 이제는 많이 깨끗해져서 잉어와 같은 물고기도 오가고 오리와 왜가리도 쉽게 본다. 



드디어 벚꽃 망울이 하나 둘 터지더니 어느 사이 탄천이 희고 옅은 분홍색으로 화사해졌다. 햇빛을 먼저 받은 쪽이 더 빠르게 피고 진다. 보통 벚꽃이 화사해지면 비가 온다거나 꽃샘바람이 세게 불어 풍경을 망치지만 올해는 그 어느 것도 없다. 비가 오기는 했지만 마치 화초에 물 주듯이 적당하게 와서 오히려 주변 풍경을 더 맑게 해 주었다.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이때 웬 역설인가? 


집에서 나와 3분이면 도착하는 탄천 변 소공원의 벚꽃도 조경이 잘되어 볼 만하다. 또 가을이 되면 이 소공원의 단풍이 아름답다. 항상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햇빛을 많이 받은 탄천 서쪽 언덕이 온통 벚꽃 밭이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탓인지 사람들이 없다. 여의도는 벚꽃 길을 통제했다고 한다. 이 곳 벚꽃 풍경이 그 곳 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멀리 가지 않고 충분하게 벚꽃을 즐길 수가 있다.



벚꽃은 볼 때는 화사하지만 사진을 찍어보면 그만큼 아름답게 나오지 않는다. 꽃잎이 작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그래서 가깝게 찍어 본다. 내 느낌이지만 멀리서 보는 풍경보다 봄의 정취가 더 크게 느껴진다.  



벚나무에 새잎이 나와 하얀 색깔이 옅어질 때면 어김없이 철쭉들의 꽃 잔치가 시작된다. 이곳저곳에 철쭉의 핑크 색  꽃망울이 터져 나온다. 신록의 잎사귀 사이로 먼저 터져 나온 꽃들도 있다. 성격 급한 놈들이다. 그러나 그만큼 일찍 지겠지. 세상 이치가 그러하니까....



이제 철쭉이 지면 봄이 지나갈 것이다. 철죽이 다 질 때까지 하늘이 맑고 푸르렀으면 좋겠다. 코로나 창궐로 중국 공장들이 멈춰서 올봄은 이렇게 하늘도 맑고 푸르며 흰구름들이 둥실둥실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하여튼 올봄 내내 하늘이 맑고 푸르렀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풍경들을 되찾은 것 같다. 이 것도 코로나 19의 역설이 아닐까? 내가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태리 베네치아 바다 생태계가 관광객이 없어지자 다소 회복되었다고 한다. 


이제 5월이 지나면 신록의 계절이고 봄이 끝날 것이다. 우리를 혼돈시키는 코로나 19 사태도 함께 종식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두 조금 더 힘을 합해 현명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여 더 큰 희생 없이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년 봄 코로나 19가 창궐이 끝나지 않았지만 분당 탄천은 이제 화사한 벚꽃을 뒤로하고 여름의 신록을 준비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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