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약 단속국(DEA)이 2018년 발표한 국가 마약 위협 평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마약 남용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63,632명인데 매일 174명이 마약으로 사망하고 있는 셈이다. 이 수준은 같은 기간 중 일어난 자살(44,965명), 살인(19,326명), 화재 사망(38,658명), 차량사고 사망(40,327명) 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그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향신 물품 불법 유통의 뿌리는 깊다. 1920년대 금주법 시대 주류, 1940년대 아편, 1960년대 마리화나, 1970년대 헤로인, 1980년대 이후 코카인, 2000년대 메스(meth), 크랭크(crank), 아이스(ice)라고 불리는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이 끊임없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마약 불법 유통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마약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 베이비 부머 세대 등장, 중남미 불법 이민 증가, 실업과 빈부 격차 등 여러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미국 내 마약 소비가 증가하자 중독자가 늘어나고 범죄와 폭력이 크게 증가하는 등 크게 사회 문제화되자 1971년 6월 닉슨 행정부는 의회에 보낸 ‘마약 남용 예방과 통제(Drug Abuse Prevention and Control)’ 서한에서 마약 남용을 ‘공적 1호(public enemy number one)’로 규정했다.
‘마약과의 전쟁’은 닉슨 대통령이 1969년 대통령에 취임하며 이미 공언하였다. 1970년 ‘마약 남용 예방과 통제를 위한 총괄 법률’이 공표된 뒤 마약 단속에 관한 다양한 법률이 계속 만들어졌다. 특히 1973년에는 마약 단속국(DEA)이 창설되었고 유엔 등 국제기구를 활용해 마약 불법 유통을 금지하는 국제 규범도 만들었다.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은 미국 정부가 이끌고 있는 마약 근절을 위한 일련의 캠페인을 말한다. 여기에는 마약 금지 조치, 군사 원조 및 간섭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용어는 1970년 미 의회에서 마약의 남용과 예방 관리법(Comprehensive Drug Abuse Prevention and Control Act)을 제정하고 1971년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이 마약 남용을 ‘공적 1호(Public Enemy Number One)’라고 언급한 이후 언론이 만들어 즐겨 사용했다.
미국은 마약 단속국(DEA)을 통해 중남미 국가들과 정보 교환, 기술 지원 등 끊임없는 연계를 계속하며 공급을 차단하면서 동시에 차단 작전, 대의명분 작전, 콜롬비아 계획, 메리다 이니셔티브, 온두라스 작전, 살충제 살포 작전 등 대대적인 군사 작전도 실행했다. 특히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가 중남미 마약 공급선의 원천적 차단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2000년의 ‘콜롬비아 플랜(Plan Colombia)’과 2007년의 ‘메리다 이니셔티브( Mérida Initiative)’는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을 대표하는 상징적 대외 정책이다.
차단 작전(Operation Intercept)은 닉슨 행정부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밀수되는 마리화나를 줄이기 위해 1969년 9월 실시한 마약퇴치 작전이다. 멕시코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마리화나를 적발하는 목적으로 실시했는데 국경 교통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실시한 지 20여 일 만에 종료되었다.
대의명분 작전(Operation Just Cause)은 미국은 1989년 12월 20일 2만 5천여 명의 미군을 파나마에 파견해 당시 파나마 통치자이었던 노리에가(Manuel Noriega) 장군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군사 행동이었다. 노리에가 장군은 군 복무 시기인 1960년대부터 마약 불법 유통에 연루되어 있었는데 미국 행정부는 이를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니카라과에서 활동 중인 콘트라 반군에게 군사적 지원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 대가로 이를 묵인해 주고 있었다.
1986년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던 미 중앙정보국 비행기가 산디니스타 반군의 사격으로 니카라과에서 추락된 후 비행기에서 발견된 중앙정보국 비밀문서에 노리에가 장군과 미 중앙정보국 관계가 노출되었다. 미 행정부는 이 추문으로부터 책임 회피를 위해 마약 단속국을 움직여 노리에가 장군을 미국 법원에 기소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시 행정부와 노리에가 장군 간 반목이 시작되었다.
대의명분 작전의 목표는 노리에가 장군을 체포해 미국 법원의 재판에 넘기는 것이었다. 그는 1990년 1월 3일 항복하고 미국에 송환된 후 마이애미 법원에서 30년 형을 받았다.
콜롬비아 계획(Plan Colombia)은 미국이 콜롬비아 정부와 공동으로 콜롬비아 마약 공급선을 차단하기 위한 미국의 대외 정책으로 여기에는 미국의 콜롬비아 정부에 대한 정치 경제, 군사적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이 정책은 1999년 미국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과 콜롬비아 파스트라나(Andrés Pastrana) 대통령과 간 최초로 논의되었고 2000년 양국 간 협정으로 발효되어 콜롬비아 정부가 콜롬비아 무장 혁명군(FARC)과 평화협상을 진행하던 중인 2015년까지 유지되었다.
2016년 2월 4일 산토스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15년 동안 유지되어 왔던 콜롬비아 플랜을 종료하고 ‘콜롬비아 평화(Paz Colombia)’가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콜롬비아 플랜의 주요 활동 내용은 미국의 콜롬비아 정부군에 대한 훈련, 정보 제공, 무기와 장비 지원을 통해 마약 카르텔과 반정부 무장 단체들의 마약 생산과 밀매를 차단하고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 경작지를 파괴하여 공급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략적 목표는 코카 경작지의 대폭 축소 등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콜롬비아 플랜을 미국의 성공한 대외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콜롬비아 정부도 21세기 콜롬비아 국가 상황을 변화시킨 중요한 정책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 플랜을 실행 중 코카인 재배 지역에 대한 살충제 살포로 야기된 환경 파괴와 군사 작전 중 콜롬비아 정부군, 좌파 무장단체, 우파 민병대 등이 자행한 인명 살상, 인권 유린, 농민 디아스포라 등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메리다 이니셔티브(Mérida Initiative)는 미국, 멕시코, 중미 국가들 간 합의된 안보 협력 협정이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은 역내에서 마약 밀매, 다국적 조직범죄, 자금 세탁 등의 근절을 목표로 협정 참여 국가에 군과 경찰의 훈련, 정보교환, 무기와 장비 지원 등을 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매년 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의회 승인을 받고 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마약 유입과 관련하여 그동안의 멕시코 정부 입장은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마약 소비자들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게 활동 자금을 조달해주고 있는 것이므로 마약 유입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 정부가 국내 마약 수요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마약 단속국은 미국에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에 유입되는 전체 자금 규모가 연간 기준 현금 120~150억 불을 포함해 약 230억 불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의 입장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마약 밀수출 규모 증대는 소비자 가격을 하락시켜 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 정부는 먼저 마약 카르텔 활동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등 공급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멕시코 양국은 서로 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숙명적 환경 때문에 마약 이슈는 결국 공동의 문제로서 이를 해결함에 있어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서로 잘 인식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멕시코 칼데론 대통령이 마약 관련 범죄와 폭력의 근절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2007년 10월 22일 메리다 이니셔티브를 합의하고 2008년 6월 30일 법으로 발효시켰다.
메리다 이니셔티브는 마약 카르텔 활동 근절, 인권 보호를 포함한 법의 지배 확립, 21세기 미-멕시코 국경관리 강화, 건강하고 생산적인 지역사회 건설 등 4개의 정책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 중 가장 중점적인 것은 마약 카르텔 활동 근절로 이를 위해 미국의 군사 장비가 멕시코 정부군에 제공되었고 미국식 군사 훈련과 정보 교환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미 의회는 2007~2010년 기간 중 메리다 이니셔티브 초기 예산으로 16억 불을 승인하였다. 최근 상황을 보면 2017년 3월에 16억 불이 멕시코 정부에 제공되었고 2019년 회계연도에는 139 백만 불이 책정되었다.
메리다 이니셔티브 성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미 의회 보고서에 나타난 긍정적 측면들에는 첫째 양국 간 정보교환과 합동 군사 작전으로 마약 카르텔들의 주요 범죄자 및 보스들의 체포와 소추, 둘째 경찰, 군, 사법경찰, 판사 등을 향한 국가 훈련 표준의 마련, 셋째 ‘엘 차포’ 등을 포함한 주요 마약 카르텔 보스(drug kingpin)들의 미국 송환과 처벌, 넷째 멕시코 정부의 마약 카르텔 자금 40억 불 압수, 다섯째 2015~2018년 중 약 52만 명을 상회하는 중미인들의 미국 불법 이민 저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메리다 이니셔티브 실행에도 불구하고 마약 카르텔은 계속 분화되어 새롭게 생성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범죄와 폭력이 줄어들고 있지 않는 것과 마약 카르텔 소탕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 부정부패, 정부 무능 등으로 결과적으로 볼 때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온두라스 작전(Operation in Honduras)은 마약 불법 유통의 중간 기지로 활용되고 있던 온두라스에 대한 작전이다. 콜롬비아, 페루에서 생산된 마약은 소형 비행기로 온두라스에 이송된 후 육로를 통해 멕시코로 들어가는데 미 마약 단속국 요원들은 2012년 온두라스 보안군과 협력해 이 지역에서 마약 불법유통 근절을 위한 군사 작전을 실행했다.
살충제 공중 살포(Aerial Herbicide application)는 미국 정부가 코카인 원료인 코카 재배 면적을 줄이기 위해 코카 생산 국가 정부에 예산을 지원해 재배 지역에 정기적으로 제초제를 살포하도록 한 작전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열대우림 환경 파괴와 현지 주민들의 보건 환경 악화를 초래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