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네가 멀리미국에 살아 우리 가족은화상으로 생일을 축하한다. 직장 다니는 아이들 시간에 맞춰 채팅은 보통 한국 시간으로 토요일 또는 일요일 아침에 하게 된다. 캘리포니아 시간으로는금요일 또는토요일 저녁이라딸네도시간을 낼 수 있다. 오늘 한국 시간으로 일요일 아침,며칠 뒤인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들이모였다
딸, 사위, 손녀가먼저 화면에 얼굴을 내밀고,이어아들, 며느리와 손자, 그리고남편이 나타났다.나는 오늘 친정집에서 채팅에 참여한다. 엄마가건강이안 좋으셔서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주말마다 엄마 집에서 하룻밤을자는데마침 이번 주말이 내당번이기때문이다.
27개월 된 외손녀는 지난달부터프리스쿨을 다니기 시작했다.두 살부터 다닐 수있는 프리스쿨은 그전에다녔던 데이케어에 비해활동이많고 다양해졌다고한다. 초롱초롱 큰 눈을 가진손녀에게식구들이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던진다. 방글거리며 반응을 보이던 손녀는앞에 놓인 종이 위에 뭔가를끄적거리기시작한다. 뒤로 보이는 벽에는 손녀가 그린추상화 같은 그림들이붙어있다. 아기로만 생각했는데 머리까지 뒤로 묶은손녀가 이젠 제법소녀 티가 난다.
백 일이 갓 지난 친손자는 화면을응시하고 있다.아들,며느리가 하루도 안 빼고부지런히사진과 동영상을 가족앱에올리고있어매일 손자를 직접 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눈이 감기는 손자를 재우러 간 며느리가 금방 화면에다시나타났다. 밤잠과 달리 낮에는 스르르 잠이 든다니다행이다.
일주 전 손자 백일날 받은 생일 축하
화상채팅 일주 전일요일이손자의 백일이었다.아들, 며느리는 백일날 집에서 간단하게 사진만찍을 거라며 우리도와서 같이사진을찍자고 했다. 그리고일주여 뒤인 내 생일즈음에함께식사를하자고했다.아기수유하느라밤잠이부족한 며느리가 많이 피곤할텐데 추가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이곳저곳떨어져 사는 가족들이얼굴을맞대고축하해 주는 화상채팅만으로도사실충분하다.그래서 따로 날을 잡지 말고 백일 사진 찍는 날 내 생일 축하도 함께 하자고 했다.
백일날우리 부부는 아들 아파트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아들네차로 바꿔 타고 다섯 명은 식당으로 향했다. 차 타고 나들이를 별로 안 했다는데 손자는 보채지 않고 조용히 잘 있는다. 보고 또 봐도 신기하고 귀엽다.
내가 좋아할 것 같아 골랐다는 식당 천장에는 샹들리에와 반짝거리는 조명들이 빼곡하게 달려 있었다. 식당이 화려하고 멋졌다. 음식도 맛있었다.향기가 물씬 풍기는 보랏빛 작약, 핑크빛 장미, 이름 모르는 흰 꽃이 어우러진 풍성한 꽃다발도 받았다. 그리고 자기가 선물이라는 긴 흰 띠를 두른 손자를 깜짝생일 선물로 받았다.아기를키우는 것만으로도 정신이없을 텐데 이모저모 신경을 써준 며느리가 고마웠다.
식당을 나와 우리는 아들 집으로 향했다.이제 손자 백일 사진을 찍을 차례다. 백일 축하 소품으로 장식된 거실은 마치 포토 스튜디오 같았다. 요즘은 주문하면 기념일에 맞는 장식품이 배달된다니 참으로좋은세상이다. 가슴에 달려있던 기다란 생일 축하 띠를떼어내니 손자는체크무늬 셔츠가 달린 베이지색 멜빵바지를입고 있었다. 배넷저고리 입은 모습만 보다가멜빵바지에 빵떡모자까지 씌운손자를 보고남편도 나도 빵 터졌다. 사진마다 우리 부부는 활짝 웃고 있다. 아들이 아기 때 받은 금반지 두 개를 고사리 같이 조그마한 손자의 두 손가락에 끼어주었다. 내가 선물을 고르는 것보다 아들 내외가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축하한다는 글을 넣은 돈봉투도 내밀었다.
건강하고밝게크고 있는 손녀, 손자를 보니 흐뭇하고 행복하다.사랑과 인내, 책임감으로 자식을 정성스럽게키우고 있는 딸과 사위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가 든든하다. 모두 소중하고 귀한선물들이다. 생일 축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