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앙숙

by 기혜선

하루종일 공모전 때문인지, 김 차장의 눈빛 때문인지 심란해진 정혜는 퇴근길에 오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장님!

정혜와 오 차장은 3주 만의 통화였다.

정혜 씨!

오 차장의 목소리에서 반가움이 묻어났다. 정혜도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정혜는 오 차장에게만 보여주는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그간의 안부를 묻는 데 열중했다. 통화가 한 참 진행되고 나서야 오 차장이 물었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퇴근 시간이 지나고 전화한 걸 보니 회사 업무는 아닌 것 같고. 무슨 일 있어요?

정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지 고민했다. 회의 시간에 김 차장이 자신을 못 본척했다는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공모전 이야기도 상의하는 게 맞는지 잠깐 생각했지만, 자신의 느낌이 맞는지는 확인받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 바닥에 참전해야 하는 것인지, 모른 척해야 하는 것인지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솔직히 정혜는 오 차장이 언제 돌아오는 건지, 돌아오기는 하는 건지 묻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오 차장이 생각난 것이었다.

안 하는 게 좋겠어. 기획 1팀에서 구상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니까 정혜 씨 기획서를 눈여겨보긴 하겠지만, 뽑아주는 건 다른 문제일 것 같아. 만약 뽑아준다고 해도 그다음이 그려지나?

오 차장과 김 차장은 회사 내에서 유명한 앙숙이었다.

물론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김 차장이 하려는 일을 오 차장이 몇 번 거절한 이후 두 사람의 격양된 목소리가 회의실 문밖까지 들려오는 일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함께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기획 2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우는 일이 잦았다. 기획 2팀으로 발령 났던, 오 차장과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타 부서로 옮겨가거나 퇴사하고 새로운 인원으로 모두 바뀌고 나서야 기획 2팀은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새로 배치된 기획 2 팀원 중에는 회사의 기존 방식과 비교할 사람이 없었다.

오 차장이 자리를 비우고는 있지만 지금 기획 1팀은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 꽤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오 차장도 당분간은 큰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을 거라 했다. 그저 오 차장만 돌아오면 되는 것이었다. 아니다. 프로젝트는 결국 언젠가 끝난다. 몇 개월 프로젝트도 정혜의 역할도 끝나면? 그때까지 오 차장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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