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엄마!! 또!!”
아들의 찢어질 듯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왜? 왜?”
아들은 얼음땡 놀이에서 얼음을 외친 아이처럼 꼼짝하지 못하고 목청만 높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팔은 최대한 멀리 뻗고 있었는데, 그 끝에는 두어번 핥아먹은 소프트콘이 들려 있었다.
대만 타이베이 여행 3일 차, 택시 투어 중이었다. 신기한 지질 공원 예류를 둘러보고 두 번째 도착한 곳이 스펀이었다. 기찻길 마을로 유명한 스펀은 여전히 기차가 다니는 선로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가게와 노점상이 늘어선 동네였다. 사람들은 선로 위에서 소원을 적은 풍등을 날리고, 선로 위를 걸었다. 그러다가 땡땡땡 종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순식간에 양쪽으로 갈라졌다. 하루에도 홍해의 기적이 몇 번이나 일어나는 곳. 그 사이로 꼬리가 긴 기차가 지나갔다. 우리는 마을 입구의 한적한 선로에서 풍등을 날리기는 했지만, 선로 위를 걷지는 않았다. 종이 울릴 때마다 양옆으로 피해야 한다면, 우린 처음부터 옆에서 걷는 사람들이었다. 선로를 따라 늘어선 가게를 구경하며 걷다가 거리 끝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소프트콘을 하나씩 샀다. 아이들 자리를 잡아주고 나도 막 벤치에 앉으려던 참이었다.
“가만히 있어 봐...”
“맞지? 새똥이지?”
아들은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는데, 슬쩍 만져보니 축축하고 이상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냄새. 냄새 안나? 으윽. 나만 왜 두 번이나!!”
아들은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무리 똥이라는 단어에 자지러지게 웃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라도 벌써 두 번째 새똥 공격은 참기 힘들었겠지.
“똥을 두 번이나 맞다니 운이 얼마나 좋아지려는 거야. 똥 꿈꾸면 복권 사는 거 알지? 꿈도 아니고, 이틀 연속 똥 맞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 진짜 복권 사야 하는 거 아냐? 우리 한국 가면 복권 살까?” 불안과 걱정이 많은 예민이 가족 안에서 내가 할 일은 불안을 지피지 않는 것, 긍정으로 승화시키는 것. 새 똥 따위로 여행에 영향을 줄 수는 없었다.
옆에서 남편은 아들이 어릴 때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었던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사계절)를 노랫말로 개사해 거의 메들리로 부르고 있었다. 내 맘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들을 향한 위로인 건지, 놀리는 건지.
사실 어제의 새똥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발견했다. 아들의 어깨에 천연덕스럽게 자리 잡은 하얗고 갈색의 무엇은 누가 봐도 새똥이었다. 언제 어디서 공격이 이루어졌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우리는 그제야 깨달았다. 새는 날면서도 똥을 싼다는 사실을.
이제껏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새똥을 맞았다. 어제의 그 깨달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진짜 머리 위에 말이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아이스크림에 새똥이 튀지는 않았는지 이리저리 살피는 아들이 귀여워 웃음이 났다.
그래서, 타이베이에서 새똥은 두 번이 다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들은 총 세 번 새똥을 맞았다.
분명하다. 아들의 운은 그때부터 트였으리라.
네 인생은 운수대통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