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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는 참 예쁘구나 Mar 30. 2016

망설이다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어

그 여자,

좋아한지는 꽤 됐어요. 육 개월 전쯤?

착한 점이 제일 좋았죠. 널찍한 어깨와 길쭉한 손이 참 착했어요.

그래서 주구장창 그 녀석만 보다 보니 어느 순간 그 녀석 얼굴이 빛나더라고요.

처음에는 밀당의 고수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그 밀당을 잘 못하니까 속이 타고 애가 탔어요.

그러다가 못 참고 제가 고백했어요.

마음고생하는 것보다는 그 녀석이 제 마음을 확실히 알았으면 했죠.


뭐라고 고백했냐면,

좋아 죽겠다고.

나 네가 좋아 미치겠다고.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다가 말했습니다.


처음엔 당황하더라고요.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하고 땀도 삐질삐질 흘리다가 손을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데,

근데 아무 말도 안 해요.

아무 말이라도 해보라니까

그 녀석이 그러더라고요.

고맙다고.

근데 그게 다예요. 그리고는 여태 아무런 답도 안 해주었다고요.


그 남자,

알아요. 제가 먼저 고백을 했어야 했어요.

그러고 싶었는 데, 근데 자꾸 망설여졌어요.

앞에만 서면 떨리고 막 설레고 그러는 데 또 한 편으로는 겁이 났어요.

신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고요.


그 애가 저한테 고백을 했을 때는 진짜 아무 생각이 나질 않더라고요.

하얀 백지상태.

그게 제 머리 상태였어요.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는 데... 속으로는 '나도 네가 좋아, 좋아 미치겠어.'라고 수백 번을 외쳤죠.

그리고선 저도 모르는 말을 내뱉었어요.

고맙다고.

고맙다니?

사실 저도 이런 제가 싫어요. 젠장.


그 여자,

그 애 옆에 쫌 서있어나 봤으면 좋겠네요.

연락만 되지, 제 눈만 마주쳐도 도망 다녀요.

그렇게 된지 한 달이나 지났어요.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점점 지쳐가요.

그 녀석 마음을 모르겠으니까...

제가 고백은 했던 거겠죠? 꿈을 꾼 건 아니었겠죠?

제가 용기 냈던 게 망상이 될까 봐 무서워요.

아니 사실은,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몰라요.

저를 싫어하는 거... 맞는 거죠?


그 남자,

답이요? 답을 해야죠.

해야 하는 데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계속 웃게 해줄 수 있을지.

또 전처럼 같은 패턴이 되지 않을지.

또 여기에 전념하다 보면 제 인생을 허투루 보내지 않을지.


그녀요? 물론 중요하죠.

근데... 모르겠어요.

뭐가 맞는 건지.

인생 선배로써 알려주세요.

전 어쩌면 좋을까요?


망설이다 모든 걸 잃게 되어 버린다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 건지.

아, 제가 시간을 끌수록 그녀가 힘들어하는 건가요?

그것도 싫은데.


그 여자,

진짜 많이 좋아했는 데 저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 봐요.

제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그가 알고 있으니 그걸로 만족할래요.

제가 너무 큰 걸 바랬나 봐요.

처음엔 그냥 바라만 보는 걸로 좋았는 데...

제가 욕심을 내어서 그래서 이 사단이 났나 봐요.

어떻게 보면 꼴좋네요, 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꿈에도 못 꿨는 데 진짜.


그 남자,

아뇨. 아뇨. 아뇨.

생각이 정리가 확실히 되었어요.

저는 그녀가 좋아요.

너무 먼 미래를 보다가 현실을 보질 못했어요 제가.

현재를 나아갔어야 했는 데, 또 먼 미래의 허상만 쫓았네요.

감사해요, 정말.

모든 걸 잃어버릴 수는 없어요.

그녀가 지금 저한테는 전부인데.


인터뷰가 저를 살렸네요.


그 여자,

확실하게 하려고 고백을 한 거였는 데,

이렇게 맘고생하려니 죽을 맛이네요.

그래도 어디다 털어놓을 데가 없었는 데

이렇게라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니 맘이 조금 편해졌어요.


조금 더 기다려보려고요.

이러다가 흐지부지 끝난다 해도 좋아요.

못 참겠으면 한 번 더 말해보죠, 뭐.

네, 그만큼 그를 좋아해요. 제가.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인터뷰 끝났어?"

"응, 기다린 거야? 먼저 가도 되는데..."

"그냥... 같이 가고 싶어서. 갈, 갈까?"


히죽히죽 G

이미 답이 있는 걸 망설이다 망치지 마세요. 뼈저리게 후회하고 미련 남는 건 본인인걸요.

사진출처: 히죽히죽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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