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알지 못한 이야기
그 여자,
그 사람이요.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제 옆으로 와서는
살며시 손으로 제 어깨를 감싸며 토닥이다,
이내 저를 꽈악 안아주었어요.
눈물을 닦아주지 않아서,
왜 우는 것이냐고 물어봐 주지 않아서,
그저 묵묵하게 나를 안아주어서...
그제야 엉엉 소리 내며 울 수 있었어요, 제가.
참... 든든했거든요, 그 사람 품이.
그 남자,
울고 있었어요. 그 여자.
제가 그녀의 행복 때문에 포기한 게 어느 것인지도 모르고
소리조차 내지 않고 울고 있더라고요, 바보같이.
눈에 뵈는 게 없었는 데...
그녀의 연락을 받자마자 너무 화가 나서 가서 묻고 따지려고 했는데...
못했어요, 결국.
그녀가 울고 있어서.
그 여자,
제가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남자가 있었는 데요.
제 마음을 몇 번이고 그 사람한테 표현한다고 노력했는 데
결국은 제 마음 조차 알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끝내는 다른 여자한테 가버렸어요.
울고 불고, 따져보기도 하고, 매달려 보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안되더라고요.
그 상황이...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그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그에게 연락을 했어요.
참 못됐죠?
알아요. 제가 못된 거...
그 남자와 제가 다를 게 없다는 것도 잘 알아요.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말은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이기적이게만 들리겠지만,
그게 그여서 정말 미안한데...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또 상처를 줬어요.
그 사람이 밉다고, 내 마음을 몰라줘서 너무 밉다고
그의 앞에서 울었거든요.
그 남자,
그가 밉다며 그녀가 울어요. 그것도 제 품에 안겨가지고.
그녀만 보고, 그녀만 생각해서 달려온 건 나인데,
울고 있는 그녀를 달래 주는 것도 나인데...
그녀가 다른 남자가 좋다며 울어요.
와...
참고 또 참고 그녀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꾹 참고...
그녀의 머리를 감쌌어요.
위로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아니할 수가 없었죠.
무슨 말을 할까요? 거기서.
표정관리조차 되지 않던데.
그녀 앞에서 화를 낼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 여자
아무 말없이 안아주고, 제 얘기 들어주고,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고.
그리고는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어요, 그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그 상황이 정말 고맙더라고요.
그리고 큰 위로가 되기도 했었고...
그래서 고개를 들어서 고맙다 얘기하려고 했는 데,
그의 발이 보였어요, 그제야.
그때가 한 겨울밤이었는 데...
슬리퍼만 신고 있더라고요, 양말도 안 신은 상태로.
시뻘게진 맨 발을 보고는 놀라서 그의 얼굴을 봤는 데
겉 옷조차 입고 있지 않더라고요. 그 사람...
그래서 정말 놀랐어요.
그 뿐이었냐고요?
아니요. 아니더라고요, 그 뿐만이.
그 남자
그 녀석을 찾아갔어요.
그 녀석의 멱살을 잡고
그녀의 마음을 정말 몰랐냐고
너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왜 모르는 척했었냐고... 따져 물었는 데
그 녀석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너도 모르는 척하고 있지 않았냐고.
솔직하지도 못한 게 어디 와서 횡패냐고.
그녀가 정말로 자길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냐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그녀가 너를 보지 않음 누굴 봤냐고
내가 너랑 그녀를 위해서 포기한 게 무엇인 줄 아냐고
그렇게 따져 물었는 데 그 녀석이 하는 말이
그녀는 자길 좋아했던 게 아니래요.
자길 좋아하는 거라 착각한 거래요.
자길 보는 와중에도 그녀는 제 걱정을 더 많이 했더래요.
참... 뭐 이런 게 다 있냐. 생각했었죠.
그 여자,
좋아하고 있었더라고요, 제가.
그 사람이 아니라 그를 더 생각하고 있었더라고요.
너무 당연한 사람이어서...
그래서 제 마음을 몰랐었나 봐요.
그 소중함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어서..
좋아해요, 그 사람.
그랬었나 봐요.
그 사람 품이 따뜻한 걸
떠나보내면 안 될 사람이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 제가.
그 남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제가 솔직하지 못한 게 무엇이 있었나,
놓친 게 과연 무엇이었나,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녀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었지,
그래서 그녀가 좋아하는 누군가와 행복하길 바란다고만 생각했었지.
제 마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더라고요.
참 못났다... 생각했죠.
그래서 그녀에게 갔어요, 그 이후로 한... 일주일 지났을 때였나?
가서 괜찮냐고 물어보고
지나가다가 들렸다 뭐 이렇게 둘러댔죠.
그러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서있는 데...
그녀가 너무 안쓰러워 보이더라고요.
몸도 수척해지고..
순간 울컥한 마음에 말을 내뱉었더니
진심이 그냥 나오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그녀 앞에서 울었죠, 뭐.
그 여자,
일주일 만에 와서는
그가 안부를 묻더니
갑자기 화를 내더라고요.
그러더니 울먹였어요, 그가.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봤는 데
그가 말하더라고요.
제가 너무 걱정이 되었다고.
행복하길 바랬었다고...
그런데 행복해 보이기는커녕
제가 너무 수척해 보여서... 안쓰러워 보여서..
그래서 지금 그렇게 저를 보냈던 그때가 너무 후회된다고.
그러면서 저한테 이어 말해주었어요.
사랑한다고.
그 남자,
참 길었어요, 그 짝사랑. 그죠?
진심을 말하고 나니 고백이란 거 별거 아니더라고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줄 알았었는 데
말 한마디 내뱉는 게..
뱉고 나서야 그다음 상황으로 진행이 되더라고요.
그녀가 저를 안아주었어요.
미안하다고 자기도 자신의 마음을 몰랐어서 너무 미안했다고.
자기도 나를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녀가.
그 여자,
사랑이 참 어려워요.
진심을 알기까지가 너무 오래 걸렸거든요.
참 많이 되돌아 왔어요.
참 많이 늦기도 했었고.
하지만 지금도 그때가 아니었음 어땠을까 많이 생각해봐요.
그런 일들이 있어서
지금의 그를 만날 수가 있었던 거라고도 생각하고.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래도 그를 놓치지는 않았잖아요.
그 남자,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랑에 대해 다들.
저처럼 빙 돌아오지 말고요.
느끼는 바가 사람 마다 다르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지금 참 행복합니다.
그렇다고요.
히죽히죽G
자기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깊숙한 어딘가
그 사람이 자리했을 지도 모르죠.
솔직해지는 건 늦지 않았을 때 하는 것이 가장 후회가 되지 않는 거랍니다.
미련 남아요, 안 그러면.
사진출처: 히죽히죽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