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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Mar 11. 2022

윤석열 선배에게

내가 찍지 않았던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

안녕하세요, 윤석열 선배님.


저는 이번 대선에서 선배님을 찍지 않은 후배 법조인입니다. 사실 여러 번 서울법대 출신의 대통령 후보가 있었지만, 다른 동문 선배님들은 매번 떨어졌었잖아요. 저는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해서, 사실 동문 선배 대통령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선배님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어서 사실 조금 놀라웠습니다.


외람되지만, 사실 선배들 중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서울 법대 출신의 동문들을 보면,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해 본 분들 보다는, 열심히 공부에만 집중해서 그 자리에 가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를 하는 방식으로만 국정운영을 하지 않을까 하는 데 대한 의구심이 있었어요. 물론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겠지만, 사실 선배님이 토론회 때 보여주신 모습들도, 대답을 준비해 온 모범생의 모습에 좀 더 가까웠어요. 하지만, 정답이 있는 교과서의 문제들보다, 사법시험의 기출문제들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훨씬 더 많지 않겠습니까?


, 세상에는  나가는 검찰, 판사, 변호사 단체들 보다, 미처 이익단체를 만들지 못한 억울한 사람들이 훨씬  많이 있지만, 이제껏 출마하신 선배들은 그런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으시더라고요. 제가 선배님께  표를 주지 않은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선배님의 이야기에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조직과 현정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선배님이 대통령 출마를 이야기할 때부터도,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조직과 현정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그렇게 느꼈던 것이 잘못된 느낌이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경선 과정에서, 또 대선 과정에서 혹시라도 선배님이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 들을 기회가 되셨다면, 그 이야기들이 바로 선배님을 대통령으로 만든 힘이란 것을 항상 마음에 두시기 바랍니다.


선배님. 앞으로 대한민국의 사회에는,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끊임없이 주어질 것입니다. 교과서나 사법시험 수험서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수십 년 검사 생활 동안 법정에서 어느 한쪽에 서있던 법조인으로서의 능력이 아니라, 양측의 이야기를 잘 듣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모두에게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선배님이 보여주셨는지 아직은 저는 불안합니다.


방역의 문제를 예를 들어봐도, 대통령이라면 한없이 풀거나 한없이 가두는 문제로 쉽게 결론 내리지 않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방역의 목적을 가진 조직과 경제활성화의 목적을 가진 조직, 그리고 이를 따르는 국민들이라는 다양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결국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고 모두가 조금씩 타협해서 지금의 한국의 상황에 맞는 해답을 도출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겠죠. 그런데 법정에서 한쪽의 당사자 역할만을 주로 담당하는 검찰에 오랫동안 몸담다가 바로 출마하신 선배님에게, 그런 중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습니다.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의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문화 창작물을 만들어가고 있는 K-문화의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분일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차별금지법이나 노동인권문제에 있어서는, 선배님이 과연 제대로 문제를 이해하고 대답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운 심정으로 선배님의 공약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선배님의 성공을 바라고 있습니다. 비록 제가 찍지는 않았지만, 당신은 내 나라의 대통령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당신이 이끌어 갈,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격변하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순항해 나가고, 나아가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멋진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선배님이 대통령직 인수를 준비하는 동안, 대한민국은 주변 강대국들의 격화된 대립 속에서 힘든 선택들을 내려야 합니다. 새 정부는 늘어나는 확진자에 대한 관리를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나날이 오르는 유가에 따라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이는 물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올라버린 자산 가격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고민들도 앞으로 새 대통령의 앞에 놓아져 있습니다. 북한을 다른 강대국의 위성국인 채로 방치하지 말고, 언젠가는 우리가 평화 통일할 대상이라고 세계에 각인시키는 외교력도 발휘해야 합니다. 그렇게 복잡한 지금의 정세들은, 언젠가 선배님이 했던 이야기처럼,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좀 쉬어도 되는 상황들이 결코 아닙니다.  


선배님이 취임하고 나면, 이런 문제들에 대해 꼭 현명한 대답을 내어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래서, 퇴임하실 때에는 모든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 대통령이 되시길 바랍니다. 제가 선배님을 찍지 않았던 이유들이 부끄러워지기를 바랍니다.


대통령직 인수업무를 원만히 잘 수행하시고, 건강하게 취임하시기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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