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빠들의 대한민국
한동훈과 조국에 반대하는 이유
그럴 수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당신들의 아들과 딸들은, 당신이 보기에 무척 대단한 능력들을 가질 수도 있겠다. 혹은, 당신의 자녀들은 실제로 그만한 능력을 가진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의 스펙을 조금 다듬은 적은 있지만, 그것은 당신의 업무 능력과는 분명 무관할 수도 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당신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 자리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하지만, 당신들이 가고자 하는 그 자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외국 학술지 스펙을 쌓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법무부 장관의 자리는, 가난에 부모를 버려야 했던 청년에게 처해질 정의를 고민하는 자리이다. 혹은 부모의 도움이 없기 때문에 매일 밤 끼니를 걱정하는 청소년들의 계도를 생각해야 하는 자리이다. 또는 불평등의 극단에 허우적대다가 결국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을 끝내 삶으로 되돌려야 할 자리이다.
조금의 치우침이 낳을 결과.
어쩌면 당신은 그들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들이, 당신의 그 귀여운 자녀를 어떻게 하면 약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가진 적만 있다고 해도, 법무부 장관의 자리는 그 정도의 치우침도 용납할 수 없는 자리인 것이다. 당신들이 가려는 그 법무장관의 자리는 그 정도의 치우침으로도 몇천 명, 아니 몇십만 명의 정의를 박살 낼 수 있는 자리다. 그만한 무게의 자리기에 당신의 정의감이 충분히 깊더라도, 당신의 자녀에 대한 사랑에 치우침이 있었는가는, 분명히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이다.
당신은 의혹을 해명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혹은 당신들이 가고자 하는 그 자리는 수십만의 경찰 권력과 수만의 검찰 권력의 행보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당신들에게 주어진 고작 몇 명의 가족의 의혹들도 국민들에게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비록 의혹일 뿐이라도, 어쩌면 아직 당신은 수많은 공무원들에게 쏟아질 의혹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능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수십만 명의 공무원의 입장을 책임져야 하는 당신들의 능력은, 의혹이 없을 때까지 더 검증되어야 한다. 그럴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법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그런데, 고작 가족들의 의혹도 깔끔하게 해명해내지 못하는데, 당신들은 법치 시스템에 대한 의혹은 지켜낼 수 있겠는가?
당신들의 억울함보다
중요한 가치들
안다. 당신들의 주변에는 충분히 이것보다 더한 이야기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 주변의 그런 더 잘난 사람들이 아니라, 당신들이 만나보지도 못한, 억울함으로만 평생을 쌓아온 수천만명의 사람들의 표가 당신들에게 갔다. 그렇다면 그 수천만 표의 책임의 무게는, 당신들의 억울함보다 정확히 5천만 배, 아니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까지 하면 1억 배 크다.
그 자리에 가고자 하는 당신들은, 더 이상 억울한 개인이 아니다. 당신들은 오히려 억울한 몇천만 명의 국민들이 기댈 수 있는, 이 사회 시스템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
당신들이 그것을 납득할 수 없다면, 제발 억울한 개인으로만 남아 주기를 바란다. 이 사회 시스템을 책임지겠다는 당신들의 그 섣부른 용기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치명적이어서, 이 사회가 치유할 수 없는 균열을 부를 수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