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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Sep 22. 2020

<뮬란>, 악역은 왜 교체되었을까

돌아온 <뮬란>의 매력없음에 관하여.

20년 만에 돌아온 <뮬란>에서는 기존 애니메이션 버전에는 있었지만 영화 버전에서 사라진 악역이 있고, 반대로 애니메이션 버전에는 없었지만 영화에 새로 등장한 악역이 있다.


시스템을 수호하기 위해 뮬란에게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던 “간신”이라는 악역은 영화 버전에서는 사라졌다. 대신, 시스템을 혁파하려는 “마녀”라는 새로운 악역이 2020년에 등장한 것이다.

사라진 악역과, 새로 등장한 악역

중세로부터 “마녀”는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는 소수자에 덧붙여지는 잔혹한 낙인이었다.


결국 20년 만에 돌아온 <뮬란>은, 낡은 체제를 대표하는 간신과 대항하기보다,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는 소수자인 “마녀”와 대항해 싸우기로 결정했다. ”시스템의 유리천장을 뚫는 전사”보다는, "시스템을 수호하려는 자"가 되기로 결정한 것이다.


주연 유역비의 트윗으로 비추어보건대, 그녀도 2020년의 뮬란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그런 생각으로 만든 영화는, 나에게 체제 선전영화만큼이나 매력이 없다.


그래도 한 때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는터라, 나는 순전히 혼자만의 반전을 상상해본다.


어쩌면 시스템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마녀”야말로, 20년 전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진짜 뮬란”이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20년간, 뮬란은 이 시스템이 본인의 노력으로만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고, 그래서 이 시스템을 혁파하기로 결심했노라고. 그렇게 시스템에 대항해 싸우는 마녀가 된 뮬란은, 시스템의 철없는 수호자인 유역비를 만나지만, 같은 시스템의 피해자를 차마 죽일 수 없어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아주 씁쓸하지만 현실에서는 항상 벌어졌던 “마녀”들의 희생의 이야기가 뮬란에 숨어있을 것이라고 혼자 상상해보는 것이다.


그 슬픈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사실 체제선전영화 따위가 담을 수 없는, 진짜 예술의 존재가치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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