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관하여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는 어떤 리더라고 생각하세요?"
무료한 일요일 오후에 클럽하우스 토론방에서 갑작스레 받은 질문이, 리더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 인생에서의 나쁜 리더는 누구였던가.
그런 리더가 있었다. 조직원인 나의 공을, 결국 자신의 공으로 만들어버리는 리더. 며칠 동안 밤을 새워 고민했던 문제들에 관한 해답을 가져왔을 때, 이를 결국 자신의 공인 것처럼, 혹은 누구의 공도 아닌 부서 전체의 것처럼 경영진에 보고하는 리더.
또 그런 나쁜 리더도 있었다. 세세한 것까지 자신의 허락 없이는 진행하지 못하게 하다가, 결국 문제가 터졌을 때에는 자신은 모르는 일인 것처럼 발을 빼버리는 리더.
반면 내 인생에서의 좋은 리더는 누구였던가.
조직원에게 자유로운 권한을 주되, 큰 방향성은 분명히 제시하고, 하지만 혼자 감당하기 어렵거나 불명확한 책임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논의하라고 따스하게 이야기하던 리더가 있었다. 또, 중간관리자였던 나의 입장을 이해하고, 나 스스로 내 업무역량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만, 큰 방향성에 대해서는 함께 논의해주던 리더가 있었다.
결국, 이런 나쁜 리더와 좋은 리더의 근본적인 차이는, 스스로 리더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아냈는지에 따라 달랐던 것 같다. 그렇기에 조직원으로서 가장 적합한 사람과 리더로서 가장 적합한 사람은 꼭 같지는 않다고들 이야기 하나보다.
세세한 업무지시를 잘하는지 여부나, 개인적으로 업무를 잘 처리하는가는 리더로서의 가치와는 무관하다. 오히려 리더로서의 가치는, 자신이 이끌어가는 조직의 큰 방향성을 조율하고, 혹은 더 큰 조직의 가치를 자신이 이끄는 조직에 투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달렸다. 그렇기에 이런 좋은 리더는 큰 방향성에 대한 문제를 항상 고민하고, 조직의 방향성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스스로가 책임질 준비도 되어 있다.
하지만, 나쁜 리더는, 그런 리더로서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찾아내지 못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조직원의 공을 가로채서만이 존재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은 결국 조직의 발전보다도, 스스로 끝내 찾아내지 못한 존재가치만을 증명하려고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런 나쁜 리더는 결국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두려움을, 자신만이 잘못 믿고 있는 어떤 오만함으로 덮어버려, '자신이 좋은 리더인지'에 대한 고민조차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마도 누군가가 좋은 리더인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있다면, 분명 좋은 리더로서의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공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 조직을 이끌고 있는 나는, 과연 조직의 방향성을 제대로 공유하고 있는지, 생각이 많은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