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길

by 이은호



시월의 끝자락에서

대나무 숲길을 걷는다

푸른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또 다른 푸르름

그 푸르름 사이로 찬바람이 스치며

오랜 세월 견뎌 온 그리움에 운다


시월이 지나면 거진 일 년의 종반전

나이 육십이면

인생의 어디쯤에 서있는 걸까

저 대나무 숲길 너머는

어디로 이어지는지

앞선 자들의 흔적조차 없다


여기는 대나무 금강송 편백나무 숲

온통

푸르름에 푸르름에 푸르름이다

시월의 끝자락에서 푸르름은

오히려 서글픔이다


그 서글픔을 잊으려

대나무 숲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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