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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Dec 12. 2022

오너와 경영혁신

이야기로 엮는 리더십



C기업의 젊은 오너 겸 사장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가업을 물려받았다.

회사에 들어와 보니 윗자리에는 부친 세대에 영욕을 함께했던 마치 개국공신 같은 늙다리들이 가득했고 젊고 활기찬 청년장군들은 그 흔적을 찾기가 힘들었다.


"경영이란 말이지요..."

마치 아들을 대하듯 오너 사장에게 훈시 조로 말하는 1등급 개국공신 전무이사의 기름진 얼굴에 흐르는 야릇한 미소와  쭉 찢어진 눈에서 늙은 불여우의 환영을 발견한 오너 사장은 기겁을 하였다.


"예 예.. 옳습니다. 그렇습니다. 잘 보셨습니다."

두 손을 앞으로 공손하게 마주 잡고 사장의 말끝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건성으로 맞장구를 쳐대2등급 개국공신 총무이사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위엄이나 진중함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젊은 직원들도 하나같이 슬금슬금 눈치만 보고 어영부영 시간만 때우면서 월급을 축내는 형편없는 자들로 보였다.


젊은 사장의 생각에.. 이런 회사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두뇌가 명석하여 일류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장은.. 이대로 두면 회사가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았고 대대적인 경영혁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장은 공부 잘하는 사람이 회사 일도 잘할 거라는 철저한 스펙 신봉자였다.

일류대학 출신으로 똑똑한 자신의 기준으로 볼 때, 기존에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족해 보였믿고 일을 맡길만한 직원은 눈을 닦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사장은 경영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대학교 후배를 충분한 보수를 주기로 하고 회사에 영입하여 혁신팀장의 자리를 맡겼다.

그리고 입사 2~3년 차의 똘똘하고 아직 회사 때가 덜 묻은 신입직원들을 선발하여 혁신팀에 합류시켰다.

그 후 약 6개월에 걸쳐 경영, 생산, 품질, 마케팅 등 사업 전반에 걸친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을 통하여 팀원들 역량 향상에 주력하였다.

드디어 기본 교육을 다 마치고 혁신 추진조직을 격적으로 가동하는 발대식 .. 사장은 '믿는 건 너희들 밖에 없다'며 혁신팀에 강한 신뢰를 보냈다.


혁신팀원들이 회사 각 조직에 투입되어 대대적인 혁신활동에 들어갔다.

이런 젊은 직원들의 활동은 때때로 점령군 같은 모습으로 비치기도 하였고 현장을 잘 모르면서 강제로 밀어붙이는 상황도 없지 않아서 기존 직원들의 반감을 사기도 하였다.

결국에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우기는데 화가 난 생산 관리자가 회의석상에서 손가락 욕을 하고 회의실을 떠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장은 혁신팀에 대한 반발은 자기에 대한 반발이라며 노발대발하였고.. 젊은것들 마저도 사장의 권위에 도전한다며 총무이사를 불러 당장 해고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결국 그 친구는 3개월치 해고수당을 받고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어느 누구도 혁신팀이 하는 일에 입을 대는 사람이 없었고 혁신과제들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회사 일이라는 게 단지 눈으로 보이는 상황과 이론만으로 다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일을 그렇게 하게 된 데에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것들이 많아서 충분한 검토와 검증 없이 혁신팀이 개선을 한다고 의로 바꾼 것들 중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일이 아무리 잘못되더라도 누구 하나 나서서 바로 잡으려는 사람이 없었고 모두들 모르는 체하였다. 괜히 나섰다가 자신에게 화가 미칠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혁신과제들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점점 엉망이 되어 갔지만 사장은 혁신에는 그에 따른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라며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결국 혁신팀 내에서도 '이건 아니다'라는 반성이 조심스럽게 나왔지만 사장은 무시하였다.

이제 와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쥐뿔도 능력이 없는 직원들 앞에서 인정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회사에서 가장 먼저 도망친 자는 혁신팀장이었다.

막상 사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달려들었으나 회사 일이라는 게 이론과는 많이 달랐고 경력이 일천한 신입직원들이 주축이 되어 개혁과제를 하기에는 경험이 많이 부족하였다. 게다가 회사 내 직원들의 지지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했으니 그 끝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자기야 컨설턴트 자리로 되돌아가면 되니까 아무 부담이 없었고 오히려 회사에서의 경험을 커리어로 활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혁신팀장이 퇴사한 후 팀원들도 회사에 남아 있기가 곤란해졌다. 이미 기존 직원들과는 사이가 많이 벌어졌고 다시 돌아갈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회사에서 집중 교육을 받은 덕분에 이론면에서는 체계적인 실력을 갖추게 되어 타 회사에 더 나은 보수를 받고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경영혁신에 실패한 젊은 사장은 출구전략이 필요했다.

실패 요인으로 기존 수구세력의 배타적인 이기주의와 변화에 저항하는 안일한 사고를 꼽았고 그 원흉으로 불여우 같은 전무이사를 지목하였다.


전무이사가 뒤에서 사주하여 혁신팀 업무를 방해하였고 외부에서 영입해온 실력 있는 젊은 팀장을 모함하여 회사를 떠나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전무이사를 내쫓았는데 이 전무이사가 1등급 개국공신답게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회사의 영업 전반을 관장하던 전무이사는 거래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이었고, 회사가 자신을 내쫓자 기다렸다는 듯 새로이 회사를 차려 중요 거래선 여럿을 가지고 가버렸다. 결론적으로 최대의 경쟁회사의 탄생을 부추긴 꼴이 되고 만 셈이었다.

젊은 사장은 그것 보라며 늙은 불여우는 원래 나쁜 놈이었다며 펄쩍펄쩍 뛰었지만 이미 회사가 입은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새로이 가업을 물려받아 경영자로서 친의 업적을 능가하는 성과를 자신했던 젊은 사장은 불과 몇 년도 안돼 회사를 반토막 내고 말았다.

게다가 많은 젊고 똑똑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고 회사 내에는 경영자에 대한 불신과 의심의 눈초리만 팽배하게 되었다.



* 위대한 지휘자는 반드시 관객을 공연 속으로 끌어들인다.
(존 어데어)
* 다른 사람의 의견에는 늘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제임스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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