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로 홈베이킹을 하고 있다. 파운드케이크, 롤케이크, 머핀, 마들렌 등 케이크류는 베이킹파우더로 반죽을 부풀린다. 반면에 식빵, 바게트, 단팥빵, 소금빵 등 빵류는 이스트(효모)를 이용하여 반죽을 부풀린다. 이스트가 반죽 속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함으로 반죽 속에 공기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 과정이 바로 발효인데 그만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밀가루 반죽을 원래 크기의 세배 정도로 부풀리는 1차 발효와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을 하고 나서 다시 두 배 정도로 부풀리는 2차 발효를 진행하므로, 발효에만 총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건강빵이라고 하는 천연발효종(Sourdough) 빵은 제빵에 특화된 이스트 대신 밀가루에 존재하는 천연효모와 유산균을 이용하여 발효를 하는 것인데, 이 경우는 발효에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이렇듯 빵 하나를 만드는데도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림의 시간이 없으면 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물이 성장하는데도 기다림의 시간은 필수이다. 들판에 곡식이 익어가는 데에도,과실수에 과일이 익어가는 데에도, 물 햇빛 공기 영양분 외에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아이도 태어나서 젖을 빨고, 뒤집기를 하고, 기어 다니다가 짚고 일어서고 나서야 한 발짝 걸음 옮기기를 시도하게 된다. 뒤집기도 전에 일어설 수는 없다. 모든 일에는 다 순서가 있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무시되고는 단 하나도 되는 게 없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은 어떨까? 보통 이십 년 가까이 교육을 받고 직장생활을 시작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업무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는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론과 실제상황에서 벌어지는 괴리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상당히 많은 경우 실제로 업무에 부딪히면서 겪어봐야 비로소 알게 된다. 머리로 배운 것과 몸으로 익힌 것과는 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반복 동작으로 몸이 반응하도록 숙련이 필요한 일도 많다. 즉,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다림에 인색하다. 급속한 산업화의 시대를 겪으며 또 빠르게 변해가는 환경 속에서, '빨리빨리'가 몸에 배어버리고 말았다. 일을 함에 있어 '빨리빨리'보다는 '정확하게'가 제1의 원칙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기다림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직원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지원, 직원의 노력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직원이 성장하면서 그 능력을 성과창출에 쓰게 되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쪽은 회사이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사람에 대한 투자와 그 사람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 그게 리더의 역할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어떨까? 만남에 있어서 첫인상은 굉장히 중요하다. 외모는 물론 그 사람 고유의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첫인상이 다는 아니다. 그 첫인상의 느낌이 그대로 가는 사람이 있고, 시간이 갈수록 실망케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첫인상은 별로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끌리는 사람도 있다.
관계가 오래가려면 내면의 끌림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외모에 비해서 그 사람의 내면을 알아보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즉, 사람 간의 관계가 성숙되려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남녀 간의 관계는 어떨까? 처음 만나서 차 한잔 하며 탐색전을 펼친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뭔가 끌리는 게 있으면 다음을 기약한다. 몇 번 만나고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난 후 자연스럽게 손을 잡는다. 좀 더 서로의 내면을 알게 되고 연정(戀情)이 싹트면 스킨십이 이루어지고 키스도 한다. 그 다음은...
남녀 간의 이러한 과정도 다 순서가 있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걸 무시하고 '빨리빨리'라던지 순서를 건너뛰게 되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