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또는 "우리 사장님은 완전 권위주의자야." 라고 할 때 '권위'와 '권위주의'는 의미가 어떻게 다를까?
영화나 TV에서 재판정의 모습을 보면 판사가 입장할 때 모두 기립하여 판사에 대하여 예를 표한다. 그리고 검사나 변호사의 변론 때도 보면 "존경하는 재판장님.." 하며 존경심을 표한다. 과연 판사 개인을 진정으로 존경해서 그럴까? 아니면 판사가 권위주의적이라서 미리 고개를 숙이는 걸까?
아니다. 판사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고 법원 나아가 사법부 전체의 '권위'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의 헌법 하에서 법을 수호하고 집행하는 사법부의 권위는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하고, 그 나라의 국민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
'권위'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어느 개인, 조직, 제도 또는 관념이 사회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그 사회 구성원들에게 '널리 인정되는 영향력'을 지닐 경우, 그 '영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반드시 '정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반면에 '권위주의'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어느 조직, 사회 또는 국가에서 개인이나 일부 집단이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종적 지배관계를 형성하려는 질서 원리를 말한다.
백악관 상황실에서 대통령이 전문가인 미군 준장에게 의장 자리를 양보하고 자신은 구석에 거의 찌그러져 앉아있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회의장 모습 하고는 많이 다른 분위기이다.
대통령이 의장 자리에 앉는다고 그 권위가 살아나고, 그 옆에 찌그러져 있다고 해서 대통령의 권위가 위축되거나 초라해질까?
진정한 리더는 '권위'를 추구하고, 보스는 '권위주의자'에 가깝다.
권위주의자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서 제일 신경을 쓰는 일이 무엇일까? 바로 구성원들의 '입을 막는 것'이다.
1979년 10.26과 12.12 사태 이후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했던 게 '언론통폐합'이다. 언론을 통제하고 재갈을 물림으로써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았고 거의 독재국가로 회귀하였었다.
민주주의가 상당히 진전되었다고 하는 최근에 와서도 비슷한 언론통제 시도가 있었다. 이른바 '언론중재법'이다. 해외 언론이나 관련 단체에서도 심각한 우려 의사를 표명하고 정부에 서한을 보내 반대할 정도였다. 다행히도 여론의 악화를 우려해서 흐지부지 되기는 했지만, 과연 민주국가에서 이런 일까지 시도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면 권위주의자가 지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사고와 자발적인 업무 수행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정에서도 똑같은 기준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제 할 말을 다하고 부모는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가?
진정한 리더는 권위주의가 아닌 '권위'를 추구해야 한다. 권위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합리적인 인정'이 절대 조건이며, 그 바탕에는 '사랑'과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권위는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강요하면 오히려 '권위주의적'이 된다.
최근에 일부 대기업에서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과장이나 부장 같은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님' 등으로 통일한다는 기사가 가끔 눈에 띈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다는 그런 형식적인 방법을 쓰는 것도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과연 그 기업의 리더가 직원들이 존경하고 따를만한 '자질'과 '권위'를 갖고 있는지...
권위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만, 권위주의는 조직 구성원들의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강요한다.